최근 아트 테라피(Art Therapy)의 한 종류로 ‘컬러링북’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컬러링북’은 밑그림 위에 독자 마음대로 색상을 칠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성인용 색칠공부 책’이다. 다양한 색상을 접함으로써 감정적 스트레스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컬러링북의 특징은 매우 정교하게 그려진 밑그림이다. 얇은 선으로 복잡하게 그려진 밑그림은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어지러울 정도로 세밀하다.
미국의 종이공예가 마우드 화이트(Maude White)의 작품도 이에 못지 않게 정교하고 세밀하다. 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화이트의 작품은 종이 위에 그린 게 아니라 종이를 오려 만든 것이다.
화이트는 종이를 세밀하게 오려내 새나 사람, 나뭇잎 등을 표현한다. 기계를 전혀 쓰지 않고 수공예칼만 이용해 얇은 선과 잘려나간 음각의 공간만으로 작품을 만든다. 워낙 세밀한 탓에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대략 10~15시간이 걸린다. 혹여 약간의 손상이나 실수라도 생기면 복구가 어려워 작품 자체에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
화이트는 어린 시절부터 물체의 이면에 대해 흥미를 가졌다고 한다. 그는 “항상 익숙한 무언가를 접하면 그 이면에 새롭고 믿기 힘든 어떤 것이 있을 거라 믿었다”며 “그것은 나만 알고 있는 비밀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종이를 자르고 오릴 때마다 피상적인 겉모습을 벗겨내고 진짜 내면의 모습을 밝혀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종이를 잘라 살아 있는 이야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종이는 굉장한 존경심의 대상이다. 몇 번의 칼질을 통해 모두에게 강한 의미를 갖게 만든다”며 “나는 종이를 자르면서 각각의 조각이 들려줄 수 있는 ‘보이는 이야기’를 창조한다”고 덧붙였다.
화이트가 주로 영감을 얻는 곳은 자연이다. 그는 “자연 속에서 어떤 일정한 형태의 양식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물과 새는 나에게 큰 영감을 준다”고 말한 바 있다.
화이트는 현재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미국 뉴욕 주를 중심으로 몇 차례의 전시회도 가졌다. 그는 앞으로 자신의 작품을 통해 종이공예가 세계적으로 보다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현유 인턴기자
hyunyu_kim@joongang.co.kr
사진 마우드 화이트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