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둑 인구는 1000만 명(2013년 갤럽조사)에 이른다. 매일 즐기는 사람은 100만 명 정도다. 대부분 인터넷을 이용한다. 대국 사이트도 성업 중이다. 규모가 큰 것만 7~8개다. 사이트마다 차이는 있지만 동시 접속자 수는 1만~3만 명. 하루 누적 접속자는 10만~20만 명에 달한다.
반면 1970~90년대는 기원이 융성했다. 동호회 활동이 활발했다. 신문사엔 바둑판이 굴러다녔고 은행은 일과 후 모임을 근처 기원에서 열었다. 대기업은 프로기사를 사범으로 초빙하기도 했다. 지금은 온라인 바둑이 대세가 됐지만 허심탄회한 대화가 없고 손맛도 줄어들었다. 생동감이 떨어지고 긴장감도 부족하다.
바둑 팬들은 여전히 직접적인 만남을 원한다. 실력 증진과 친목 도모,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싶어 한다. 최근 그런 수요에 호응해 새로운 바둑 공간이 등장하고 있다. 프로들이 자신을 닦으면서 아마추어도 지도하는 연구실이다. 유창혁 바둑도장, 동작 프로기사 바둑학원, 꽃보다 바둑센터, 초지회, 서래회연구실 등이 대표적이다.
유창혁(49·국가대표팀 감독) 9단이 운영하는 유창혁 바둑도장은 서울 잠실과 경기도 분당 두 곳에 있다. “딱 한 급만 늘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이들을 위해 평일 오후 2~6시에 강의를 연다. 토요반(오전 10시~낮 12시)과 직장인반(수요일 오후 7~9시)도 개설했다. 김만수(38) 8단, 심우섭(53) 아마 7단 등 강사 전원이 바둑TV 해설자와 진행자다.
목진석(35)·조한승(33)·송태곤(29) 9단이 세운 동작 프로기사 바둑학원(badukacademy.co.kr)은 고급반 특별강좌 ‘바둑의 품격’을 운영 중이다. 매주 1회 100분씩 24주간 포석과 중반전, 끝내기로 수업을 나눈다. 지도다면기도 있다. 인터넷바둑 4~5단 기력 소유자(기원 3∼4급 기력자) 12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백성호(59) 9단과 권효진(33) 6단은 서울 반포동에 서래회연구실을 열었다. 백 9단은 명지대 바둑글로벌과정에서 함께 공부한 이들의 권유로 연구실을 개설했다. 그는 “클럽문화 형태의 회원제로 운영한다. 바둑 반(半), 대화 반이다. 친목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회원은 25~30명이다.
꽃보다 바둑센터는 서울 중구 수표로에 있다. 이다혜(30) 4단과 배윤진(29)·문도원(24) 3단, 김혜림(23) 2단이 문을 열었다. 입문부터 고급까지 5단계 강좌가 있다. 지도대국을 비롯해 ‘만원의 행복’, ‘1일 회원권’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3~5인 그룹지도로 운영된다.
양상국(66·한국기원 이사) 9단은 서울 양재동에서 초지회 양상국 바둑특강을 20년 가까이 꾸려오고 있다. 다음달 3일 37회 특강을 시작한다. 16주간 일정이다. 매주 화요일 실전대국(오후 3~6시)과 강의(오후 6시~7시30분)를 연다. 『바둑의 길, 삶의 길』의 저자답게 반상 밖 바둑의 세계도 넓게 제시한다. 양 9단은 EBS 바둑교실을 1989년 12월부터 24년 동안 1203회 진행했다.
강의 내용과 수강료 등은 연구실마다 차이가 있다. 유창혁 도장의 경우 1주일 2회를 기준으로 한달 20만원, 1주 4회 한 달 30만원이다. 양상국 특강은 15명 한정으로 16주에 50만원이다. 동작 바둑학원은 강의 후 수료증서를 교부하고 실전 테스트 후에 아마 5단을 인허하기도 한다.
양재호(52·9단)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인터넷의 메마른 바둑에 지쳐 오프라인 만남을 원하는 아마가 많다. 앞으로 보다 다양한 만남이 생길 것이다. 프로와 아마의 간극도 좁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문용직 객원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영상=최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