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계속 땐 20년 뒤 폭염 사망자 배로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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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2090년 한국에서 사과나무·소나무를 보기가 힘들어진다. 겨울·봄마다 가뭄에 시달리고, 여름엔 홍수와 폭염이 반복된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24일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14’에 담긴 이 땅의 미래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954∼99년 사이에는 10년마다 연평균 기온이 0.23도씩 올랐지만, 2001~2010년 사이에는 0.5도 증가했다. 온난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에는 이 같은 기온 상승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담겼다. 유엔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의 기후변화 예측 시나리오 중 최악의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2100년까지 한반도의 기온이 4.5도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서울의 폭염 사망자가 현재(2001~2010년) 인구 10만 명당 0.7명에서 2036~2040년에는 1.5명으로 늘어난다. 기온이 3도 상승하는 2050년에는 식중독 환자 수가 지금보다 35.3% 불어난다.

 20세기에 전 세계의 해수면은 연평균 1.7~1.8㎜ 높아졌는데, 제주도 주변은 연평균 4.9㎜ 상승했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제주도 연안지역의 침수 현상을 피하기 힘들다. 부산의 해운대구만 놓고 보면 해수면이 1m 상승할 경우 주택·도로 침수 등으로 3963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과는 현재 남한 전체의 47% 지역에서 재배 가능하지만 2090년대에는 강원도 고산지역 등 국토의 1%에서만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한지성 마늘도 2090년대에는 백두대간 고산지역에서만 명맥을 잇게 될 전망이다.

 이 보고서는 분야별 전문가 155명이 최근 국내에서 발표된 기후변화 관련 논문 2500여 편을 분석·정리해 만들었다. 국립환경과학원 지구환경연구과 홍성철 박사는 “2011년 이후 발표된 국내외 논문들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까지 포함한 것이 이 보고서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화석연료의 연소와 토지 이용 변화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증가시키고, 그 결과로 기후가 변화한다는 데에 대부분 동의했다.

 환경부 기후변화협력과 관계자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도 기존에 배출된 온실가스 탓에 지구온난화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역별 적응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0년 제1차(2011∼2015)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을 마련해 추진한 데 이어 올해 안에 2차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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