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교 졸업 후 ‘세젭’ 진학…2년 과정은 대입반, 3년은 직업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4면

캐나다 사람들은 한국처럼 꼭 대학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없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퀘벡주에서는 유치원 1년을 포함한 초등학교 7년 과정과 고등학교 5년 과정을 마친 후 취업을 하거나, 대학 진학 단계인 세젭(College du Enseignement General et Professional. CEGEP) 2년 과정을 듣는다. 세젭은 퀘벡주에만 있는 독특한 학제다. 퀘벡주 내 대학교에 진학할 예정이라면 반드시 세젭을 거쳐야 대학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세젭은 2년 과정과 3년 과정이 있다. 3년 과정은 한국의 직업학교 혹은 전문대학 과정에 해당한다. 2년 과정은 대학교 진학을 위한 전 단계다. 2년 과정을 마친 후 대학교 2학년에 진학해 3년 과정을 마치면 대학 졸업장을 받는다. 다른 나라나 주에서 퀘벡주의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입학시험을 치르고 대학교 1학년에 입학해 4년 과정을 듣는다.

세젭은 대부분 고교 성적만으로 입학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 인기 학과를 전공하고 싶다면 따로 공부를 해야 한다. 의대생이 되고 싶다면 헬스 사이언스, 회계나 경영을 전공하고 싶으면 커머스를 공부한다. 퀘벡주에서 명문으로 꼽히는 세젭인 마리노폴리스(Marianopolis)는 고등학교 성적 평균 80점 이상을 유지해야만 입학이 가능하다.

퀘벡주에는 학력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정해져 있다. 직업훈련을 받은 사람, 3년 과정 세젭 졸업자, 대학교 졸업자는 그 업무 한계가 명확하고 수입도 연 1만~2만 달러 이상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건축사무소의 경우 직업훈련을 받은 보조 기술자와 세젭을 나온 보조, 대학교를 졸업한 보조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의 수입은 시간당 12~15달러로 차이가 별로 없지만, 정년에 이르면 수입의 차이가 30~65달러로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퀘벡주 사람들은 대학 진학을 많이 하지 않는다. 단순 노동이라고 해서 인건비가 낮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건축사무소에서 도면을 그리는 기술자는 시간당 15~20달러를 받고, 그 도면을 들고 공사 현장에 투입되는 사람은 시간당 45~65달러를 받는다. 배관공, 타일공, 목수, 가전제품 수리공 등의 시간당 인건비가 훨씬 높다. 따라서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일찍부터 노동 현장에 뛰어들고 대부분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살아간다.

 이 때문에 퀘벡주에서는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등록금을 대출하면 정부가 생활비를 지원한다. 대학 진학률이 낮으니 경제적 지원을 통해 대학 진학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등록금보다 많은 돈을 정부가 무료로 지원하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이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관련 기사]
‘작은 프랑스’ 퀘벡 오전 불어, 오후 영어 2개 언어로 배워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