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유”와 “알아씨유”. 대전에서 의정활동을 하는 내내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충청도 말로 이 말은 긍정이 아니다. 말 그대로 “알겠다” 정도 의미다. 충청도 사람들은 쉬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수없이 지역구를 돌아도 그렇다. 그러나 이번 설에는 조금 달랐다.
40~50대 민심은 ‘내 지갑’ 얘기로 귀결됐다. 무슨 의원이 어쨌다는 둥, 무슨 당은 너무 한다는 둥의 얘기가 아니었다. 모두 “내 지갑 지키기도 어렵잖아유”라고 했다.
상가를 돌며 “장사 잘되시죠”라고 물었다. 대전 상가에서 만난 한 상인은 “뻔히 아는 대답을 묻고 그래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벌이는 시원찮은데 담뱃값 등 먹고사는 것들만 오른다”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상가를 찾은 사람들은 “연말정산 문제 좀 어케 해결해봐유”라고 말했다. “국가가 서민 지갑을 털어가는가벼. 가뜩이나 힘든 서민에게 세금을 갈취해가는 것 아니여”란 말도 들었다.
샐러리맨을 만나도 연말정산이었다.
공무원이라는 한 중년 남성은 “연봉 7000만~8000만원을 벌지만 한번도 고소득층이라 생각해본 적 없다”며 “곧 퇴직할 나이인데 대학생 자녀가 둘이나 있어 생활비 충당하기도 버겁다”고 했다. 그는 연말정산에서 200만원을 토해냈다고 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모씨는 “10년 넘게 피우던 담배를 끊었는데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기분이 나빠서 끊었어유”라고 했다.
이완구 총리에 대한 민심을 듣고 싶었는데 돌아온 것은 ‘침묵’이었다. 대신 화살이 정치권을 향했다.
한 대학생은 “정부에 기대를 버렸다. 솔직히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며 “야당도 마찬가지다. 청년들은 취업난이라고 표현하는데 정치권은 무위도식하며 ‘천하태평’”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은 “선거 때만 되면 ‘새누리당 노래’를 부르는 아버지가 엊그제는 ‘너 알아서 해’라고 하더라”며 “그렇다고 아버지가 선거 때 야당을 찍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대전시당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