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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선 복지 '송파 세 모녀 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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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생활고에 시달리다 지난해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송파구 세 모녀가 남긴 글. [중앙포토]

경기도 이천시 조모(72) 할머니는 지적장애 2급인 손자(17)와 산다. 월 소득은 기초연금 20만원이 전부다. 고령이어서 일할 데가 없다. 그런데도 조 할머니는 기초수급자 신청을 했다가 탈락했다. 아들딸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 할머니는 “아들은 연락이 안 되고 딸 둘 다 새끼 하나씩 데리고 힘들게 사는데, 어떻게 나를 돕겠느냐”고 말했다.

 조 할머니처럼 서민층과 극빈층 사이에 끼어 정부 지원을 못 받는 빈곤층은 185만 명.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긴 송파 세 모녀도 여기에 든다. 복지에 연 116조원을 쓰는데도 이들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증세와 복지 축소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국민 4명 중 1명은 송파 세 모녀처럼 빈곤층을 보살피는 것에 최우선적으로 돈을 써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본지 여론조사팀이 12~13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과 복지 전문가 6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일반 국민 응답자의 25.8%가, 전문가는 56.7%가 빈곤층 지원에 우선 지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10년 사이 복지 예산이 2.2배가 됐지만 무상급식·무상보육 등 보편적 복지에 집중되면서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계층 격차가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응답자들은 그 다음 우선해야 할 사업으로 영·유아 보육(국민 25.3%, 전문가 26.7%)을 선택했다.

 이번 조사에서 복지 지출을 줄여야 한다면 최우선적으로 무상급식을 축소하자는 의견(35.5%)이 일반 국민 중에 가장 많았다.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절반(47.9%)은 복지 외 지출을 줄이거나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방안을 지지했다. 다음으로 증세와 복지 축소 병행(20.2%), 증세(16.5%)였다. 전문가는 증세(43.3%)를 최우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 의견을 바탕으로 저소득층·빈곤 노인 지원, 출산율 제고순으로 복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현영·이에스더·정종훈 기자 welfar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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