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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 출산 닷새 만에, 진선미 시모상에도 표결 참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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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함도 없었다. 몸싸움도 없었다. 새누리당 두 명, 새정치민주연합 두 명 모두 네 명의 의원이 의사진행발언 형식으로 찬성과 반대를 표명했다. 모양새도 나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권고적 당론 반대를 결정해 평화로운 투표가 이뤄졌다. 하지만 투표 결과는 새누리당 입장에서 유쾌하지 못했다.

 16일 오후 3시47분. “총 투표수 281표 중 ‘가(可)’ 148표, ‘부(否)’ 128표, 무효 5표. 국무총리 이완구 임명동의안은 가결됐음을 선포한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렇게 선언하자 본회의장 곳곳에선 한숨과 탄식이 새어 나왔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155명이나 출석해 의결정족수를 채웠기에 동의안 처리를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찬성표가 적자 여당 지도부는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표가 모두 새누리당에서 나왔다고 가정해도 최소 7표, 야당 충청권 의원들이 일부 찬성했다면 10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온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권고적 당론 반대’를 들고 본회의에 참석한 ‘승부수’가 먹혀든 데 안도감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의원총회를 열어 표를 단속했다. 찬성 당론 대신 자유투표를 결정하는 여유도 부렸다. 한 당직자는 “이탈표가 거의 없다고 봤기 때문에 무리해 당론을 채택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표결 결과 “일부가 반대하려 한다”는 소문이 현실이 됐다. 일단 지도부는 안대희·문창극 후보자에 이어 ‘삼수’ 끝에 박근혜 정부 두 번째 총리가 탄생한 데에 의미를 뒀다. 김무성 대표는 표결 직후 “더 많은 표를 얻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통과돼 다행”이라며 “무효표 5표 중 3표가 ‘가’ 무효표다. (그렇다면) 이탈표가 4표 정도인데 민주 정당의 면모를 보인 것”이라고 평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여야가 함께 표결 처리한 건 잘한 것”이라며 “당론 없이 자유투표에 맡긴 상황에서 극소수 이탈표가 나온 건 당이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자평했다. 당내에선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의 일등공신으로 김 대표, 유 원내대표, 한선교 청문특위 위원장 등 3인을 꼽는 의견이 많다. 한 위원장은 지난 12일 청문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하는 강수로 16일 본회의 연기 합의를 유도했다. 김-유 투톱은 표 단속을 주도했다. 공교롭게도 셋은 2004년부터 박 대통령과 가까웠으나 2008년 이후 거리를 둔 ‘원조 친박’들이다.

 끝까지 ‘불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던 새정치연합은 15일 오후 늦게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우윤근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이탈표 등 당내 찬반 현황을 보고하면서다. 당내 이탈표가 손에 꼽을 만큼 적자 결론을 내린 것이다. 본회의 당일인 이날 오전부터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원내부대표단이 일일이 소속 의원에게 전화를 돌리며 의원총회와 본회의 참여를 독려했다. 출산한 지 닷새째인 장하나 의원과 시모상을 당한 진선미 의원까지 참석했다.

 본회의 직전인 오후 1시30분에 열린 의총에서 ‘본회의 표결’ 결정이 내려졌다. 박수현(초선·충남 공주) 의원이 “이탈표가 나오면 (충청 출신인) 내 표라고 생각하실 것 알고 있다. 그렇지만 충청 총리를 뽑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총리를 뽑는 자리인 만큼 나부터 당당하게 반대 표결하겠다”고 한 게 기폭제가 됐다. 이목희 의원 등 일부가 “본회의장 밖에서 사퇴 촉구 결의대회를 하자”며 보이콧을 주장했지만 ‘명분론’에 밀렸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숫자 열세로 투표에서는 졌지만 국민 심판에서는 승리했다”고 말했다.

이가영·이지상·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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