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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공참차장 낀 군피아 정비업체 … F-16 부품서류 위조해 243억 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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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투기 정비부품을 국내에 들여와 정비한 것처럼 꾸며 정비대금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예비역 공군 중장 등 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전역 후 전투기 정비업체에 들어가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은 전투기 정비업체 블루니어의 임원으로 일하면서 수년간 정비대금 243억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공군 참모차장을 지낸 예비역 중장 천기광(67·사진)씨와 예비역 대령 천모(58)·우모(55)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천 전 중장은 2006년 예편 후 1년6개월 만에 블루니어에 부회장으로 입사했다. 공군 정비병과 하사관 출신인 박모(53·구속기소)씨가 설립한 전투기 정비 업체였다. 이후 국내 최대 규모의 전투기 전자장비 정비창에서 창장으로 일했던 천 전 대령과 공군본부 장비정비정보체계 개발단에서 일했던 우 전 대령이 각각 사업본부장과 사업개발팀장으로 영입됐다. 이른바 ‘군피아’ 로비스트로 주요 임원진을 꾸린 블루니어는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2011년까지 방위사업청 및 공군군수사령부와 KF-16 전투기의 적아식별장치 등 총 2092개의 공군 전투기 부품 관련 정비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블루니어와 체결한 계약의 상당 부분은 이행되지 않았다. 박씨 등이 정비대금을 빼돌렸기 때문이다. 박씨는 인천공항을 통해 부품을 들여온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민 뒤 고가 부품을 교체·정비했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총 243억원의 정비대금을 가로챘다. 국내 정비용 부품에 대해서도 허위매입세금계약서를 방사청에 제출한 뒤 정비대금을 지급받았다. 이들은 미리 만들어 둔 모조 부품을 마치 교체된 부품인 것처럼 꾸며 폐자재로 처리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천 전 중장 등은 공군 및 방사청 내부의 정비원가, 전투기 정비 예산 관련 정보, 주요 전투기 정비 품목 정보 등을 빼내 제공했다. 또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무마하는 ‘해결사’ 역할도 했다. 실제로 부품을 교체한 다음 폐부품을 반납하는 척하다 다시 끼워 넣으려고 가져오는 일이 적발되자 이들이 나서서 공군 내 선후배에게 청탁해 사건을 무마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단 관계자는 “가로챈 전투기 정비대금을 회수하기 위해 박씨의 부동산 및 예금 채권 등에 가압류 등 환수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한편 합수단은 정비대금 원가 산정과 관련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박씨로부터 2008∼2009년 4500만원을 받은 전 방위사업청 사무관 김모(62)씨도 지난달 23일 구속기소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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