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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21명 참수한 살인마 복수" … 이집트 첫 IS 공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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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슬람국가(IS)가 이집트인 콥트교도 21명을 참수했다는 동영상을 1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집트 정부는 하루 뒤인 16일 IS의 거점을 공습했다. [유튜브 캡처]

이집트가 16일(현지시간) 새벽 리비아 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거점을 공습했다고 이집트 국영TV가 보도했다. IS가 리비아 내 이집트인 콥트교도 21명을 참수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공개한 지 하루 만이다.

 이날 이집트 군 당국은 성명을 통해 “살인자에게 유혈 복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집트군은 이집트와 리비아의 국경 지역에 위치한 IS의 캠프와 훈련 장소, 무기 저장고 등을 중심으로 공습을 단행했다. 이번 공습은 IS가 거점으로 삼은 리비아에 대한 이집트 정부 최초의 군사작전이다. 당국은 성명에서 “공습 작전을 수행한 전투기들이 무사히 귀환했다”며 “이집트 국민이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정부는 이들을 보호할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집트 정부는 IS의 참수 영상이 공개되자 공개적으로 보복을 천명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전날 국영TV로 중계된 연설에서 “이집트는 이들 살인마를 처벌할 권리가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수단을 동원해 그들의 범죄 행위에 대한 복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IS에 참수된 자국민을 위해 7일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자국민의 리비아 여행을 금지했다.

 IS는 전날 리비아에서 인질로 잡았던 콥트교도 21명을 참수했다고 주장하는 ‘십자가의 국가에 보내는 피로 새긴 메시지’라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IS가 시리아·이라크를 뜻하는 레반트 이외 지역에서 참수를 자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동영상에는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남성들이 손을 뒤로 묶인 채 리비아 북부의 지중해 해변으로 끌려와 무릎을 꿇는 모습이 담겼다. 동영상에서 IS 조직원은 “너희(서방)들이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고 그 시신을 이 바다에 묻었다”며 “인질들의 피를 같은 바다에 섞겠다”고 말했다. 이후 바닷물은 피로 물들었고, 그는 “이집트 콥트교도들을 참수했다”고 주장했다.

 IS는 이번 참수가 콥트교도에 탄압받는 무슬림 여성에 대한 복수라고 주장했다. 콥트교도가 서방인은 아니지만 IS는 이들을 서방과 손잡고 무슬림을 박해하는 ‘십자군’으로 규정해 왔다. 서방이 빈 라덴에 했던 것처럼 그대로 되갚기 위해 인질들을 바다에서 참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눈에는 눈’ 식의 보복을 강조한 셈이다.

 또 이집트 인질들을 이탈리아 남부와 마주한 리비아 북부 해안에서 살해한 것은 이집트와 이탈리아에 대한 정치·종교적 위협으로도 해석된다. 동영상에서 IS 조직원은 인질들을 참수하고 “우린 알라 신의 허락을 받고 로마를 점령할 것”이라고 소리쳤다. 이탈리아는 최근 리비아의 IS 세력에 맞설 다국적군을 선도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집트 엘시시 정부도 IS 격퇴에 협조적인 친미 정권이다.

 콥트교는 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교파다.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神性)만을 인정하는 단성설을 신봉해 예수가 신성과 인성(人性)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신인양성론(神人兩性論)’을 믿지 않는다. 콥트교는 8500만 명에 달하는 이집트 전체 인구의 10%가 믿고 있다. 콥트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집트인은 이슬람 수니파다.

고란 기자
[영상 이집트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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