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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를 바라보는 중국의 상반된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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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형규
최형규 기자 중앙일보 부데스크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중국이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주중 한국 대사 내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게 우리 외교 당국의 분석이다. 그가 현 정권의 실세이고 청와대와 직접 교감하며 한·중 안보 협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내린 분석일 게다. 물론 중국 외교 당국도 공개적인 논평은 없지만 양국 관계 심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는 감지된다.

 한데 그 기대가 한국과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중국 외교 전문가들의 김 내정자에 대한 첫 반응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베이징대 외교관계학원의 한 교수는 아예 “김은 사드 대사”라고 말할 정도다. 우리 외교 당국은 사상 첫 군 출신 대사 내정자인 그가 중국 측과 사드 문제에 대해 합리적으로 대화하고 (중국을)설득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생각은 다르다. 이 교수는 “사드 문제는 이미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은 오히려 김 내정자가 청와대와 미국을 잘 설득해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사드를 포기하도록 적극적 역할을 했으면 하고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완벽한 사드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김 내정자가 한·중 군사협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도 있다. 현재 장교 교류와 군 최고지휘부 상호 방문 정도에 머물고 있는 양국 군사 교류를 우방국 수준으로 확대하면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중국도 긍정적이다. 다만 중국은 한반도 긴장 완화 외에도 바라는 게 하나 더 있다. 한국군과 협력을 통한 미군의 작전과 무기 체계에 대한 인지 강화다. 특히 한국 해군과의 협력을 통해 미 해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에 대한 대응 체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는 중국군 입장에선 미군 작전 체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한국군과의 협력 강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김 내정자의 행보는 미군의 지휘 스타일을 간접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김 내정자는 중국 군 지도부가 접촉을 바라는 사상 첫 주중 대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 내정자가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면서 보인 ‘꼿꼿함’에 대한 중국 측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의 소신과 원칙이 수사(修辭)와 유연성이라는 외교 문화와 충돌할 때 나올 수 있는 역효과 때문이다. 런민대의 한 교수는 “대사라는 김의 외교적 공직보다는 그 개인의 행보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한국군과 정치 엘리트의 리더십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가 고민해야 할 문제가 다른 대사들보다 좀 많다는 얘기다.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