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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가격도 맛도 착한 1000∼2000원 커피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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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조 엘린저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라이프스타일을 따진다면 한국이 단연 톱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 그만큼 바쁘고 열정적인 한국인이기에, 일상을 방해받지 않으면서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전해주는 시간(small moments of feel-good)’의 중요성은 더욱 클 것이다.

 바로 커피를 즐기는 순간이 그런 시간이 아닌가 싶다. 바쁜 아침, 그리고 나른한 오후의 커피 한 잔은 작은 즐거움이 된다. 최근에는 저녁에도 술 대신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하루 종일 커피를 찾고 있는 것이다. 가히 ‘커피네이션(coffee-nation)’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이 같은 열풍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국내 커피 시장은 현재 약 6조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2007년 1조5000억원에서 4배나 성장한 것이다. 최근 정부의 조사 발표에 따르면 성인의 주당 커피 섭취는 12.3회로 단일음식 가운데 섭취 빈도율이 가장 높게 나왔다. 배추김치와 잡곡밥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 고유의 밥상을 커피가 제친 것이다.

 커피를 많이 마시기로 소문 난 미국에서 온 필자가 보기에도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은 ‘어메이징(amazing, 놀라운)’하다. 한국인들이 커피를 보는 안목과 입맛은 무척 까다롭다. 커피만큼 복잡한 향미를 지닌 식품이 없다고 하는데, 꽤 많은 한국인이 커피 속에서 과일향과 너트의 풍미, 바디감을 완벽하게 잡아낸다. 마치 와인처럼 말이다. 비싼 원두라고 쉽게 현혹되지도 않는다.

 이렇게 소비자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눈높이가 높아진 것에 부응하여, 커피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밥보다 비싼 커피가 일색이던 과거와 달리 시장이 소비자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세분화 과정을 겪는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비싼 커피 못지 않는 맛과 품질을 내면서도 1000∼2000원 가격대를 지향하는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맥도날드 또한 풍부한 맛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최근 수년간 두자릿수 이상의 꾸준한 커피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분위기보다는 원두에 집중해 가격 거품을 빼고 각국 원두를 직접 구해, 볶고, 추출, 판매하는 공장형 카페도 생겨났다.

 과거 비싼 커피가 곧 좋은 커피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았다면,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 커피의 품질과 맛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가격도 착하고 맛과 향도 훌륭한 커피 브랜드들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합리적인 가격을 통한 제2의 커피 혁명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현재 의류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에도 트렌디한 디자인과 좋은 품질을 갖춘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들이 전성 시대를 맞은 것처럼, 커피 시장에서도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가 좋은 브랜드들이 소비자의 사랑을 더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의 커피 브랜드들이 ‘커피네이션’ 대한민국에서 더욱 사랑받기 위해 보다 극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엘린저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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