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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디폴트 가능성 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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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시즈디코프 대표는 16일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사진 파이어니어 인베스트먼츠]

“우크라이나 사태의 진정으로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은 사라졌다. 저유가로 러시아가 힘든 건 사실이지만 경제 구조가 다른 신흥시장보다 견고해 큰 걱정 없다.”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 전문가로 활동 중인 예를란 시즈디코프(43) 파이어니어 인베스트먼츠 이머징마켓·하이일드 채권 대표는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옛 소련의 연방국인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러시아에서 대학(노보시비르스크)을 다닌 뒤 프랑스(파리)·아일랜드(더블린)·영국(런던)에서 투자 전문가로 명성을 쌓았다. 시즈디코프 대표는 “에너지를 주력으로 하는 러시아 경제가 저유가로 고생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다른 국가보다 더 많은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다”라며 “러시아보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베네수엘라의 디폴트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는 과거 소련 시절 냉전시대에 온갖 경제적·정치적 분쟁이 생겨도 서방과 가스를 정상적으로 교류했다”며 “정치적 리스크라 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기에 디폴트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 이머징마켓에서 가장 유망한 지역과 국가는 어디인가.

 “가장 역동적인 아시아를 주시하고 싶다. 그 중 중국과 인도는 정부의 확고한 정책 어젠다 설정과 강한 리더십 덕분에 여전히 투자 가치가 높다. 최근 저유가로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와 나이지리아가 힘들지만 유가가 조정되면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

 - 올해 주요 글로벌 경제 이슈는 무엇인가.

 “미국 금리 인상, 저유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올해 3대 이슈라고 업계에서 말하는 데 동의한다. 나는 여기에 중국의 성장률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6.8%라고 전망했다. 8%에서 7%대로 내려갈 때 다행히 연착륙했다. 그러나 6%대로 떨어질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들다.”

 - 한국에 대한 투자 환경은 어떠한가.

 “한국은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이미 선진국 대우를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채권 투자 업계에서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보다 FTSE(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 지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FTSE 선진 지수에 포함돼 있다. 과거 한국의 은행권에서 발행한 후순위 채권 투자에서 높은 수익률을 거둔 좋은 기억이 있다. 후순위 채권이 안정적인 동시에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곳은 한국 정도밖에 없다.”

 - 가장 잘한 투자는 무엇인가.

 “앞서 말한 한국 후순위채에 투자한 것이다. 반대로 베네수엘라 채권을 사지 않은 것도 잘한 선택이다. 지난해 하반기 원유가를 밑바닥이라 보고 업계에서 베네수엘라 채권에 대거 투자했다. 그러나 나는 베네수엘라의 각종 투자 지표가 좋지 않아 투자를 보류했다. 지금 베네수엘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상황이 안 좋아 디폴트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병철 기자

◆파이어니어 인베스트먼츠(Pioneer Investments)=1928년 미국 보스턴에서 설립된 투자회사다. 현재 2500억 유로(약 310조원)를 운용하고 있다. 시즈디코프가 담당하는 채권 분야는 본사를 영국 런던에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증권을 통해 파이어니어 스트래티직 인컴 펀드를 시판했다. 국내 판매사가 아닌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직접 환차손 헤징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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