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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한전부지 90% 이상 투자로 인정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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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자동차그룹 3사(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가 올해 기업소득환류세를 거의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3개 계열사 컨소시엄이 10조5500억원에 공동 인수한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의 대부분이 투자 대상으로 인정받아서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투자로 인정받지 못했을 때 낼 것으로 예상됐던 세금(2000억원 추정)을 아낀 셈이다. 기업소득환류세는 기업의 투자·임금증가·배당을 합친 금액이 당기소득의 80%가 안 될 때 내야 하는 세금으로 올해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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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는 16일 이런 내용의 법인세법 시행규칙을 개정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환류세 면제 대상 부동산 기준이다. 이에 따르면 업무용 건물은 내부 공간의 90% 이상을 본사가 사무실과 같은 업무 용도로 쓰면 투자로 인정해 환류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건물 일부층을 임대해 본사 사용 비중이 90%가 안 되면 임대한 비중만큼 환류세를 내야 한다. 부속토지는 업무용 건물 바닥면적의 세 배에 해당하는 면적만 환류세가 면제된다. 이런 세금 면제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토지 취득 뒤 2년 안에 건물 착공에 들어가야 한다.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은 지난해 9월 한전 부지를 낙찰 받은 뒤 사옥·컨벤션센터·호텔·백화점을 갖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환류세 부과 대상 부동산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자 기재부는 5개월 가량의 검토를 거쳐 각 건물 용도별로 세금 부과 기준을 정했다.

 이를 현대차그룹의 GBC에 적용하면 올해 인수 완료 뒤 2017년까지 착공에 들어가면 인수 대금의 90%인 9조5000억원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GBC의 90%를 차지하는 사옥·컨벤션센터·부속토지·호텔이 모두 업무용으로 인정돼서다. 호텔은 현대차의 정관에 ‘관광 및 부대사업’이 명시된 덕분에 업무용에 포함됐다. 현대차는 경기도 화성 외국인 연구원 대상 숙박 시설인 롤링힐즈를 운영하기 위해 2009년 3월 정관을 바꿨다. 기업별 투자 인정액은 한전 부지 인수 분담 비율대로 ▶현대차 55%(5조8025억원) ▶현대모비스 25%(2조6375억원) ▶기아차 20%(2조1100억원)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2013년 수준으로 투자·임금 증액·배당을 하면 659억원의 환류세를 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5조원 이상이 새로 투자 금액으로 인정되면서 한류세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됐다. 현대모비스와 기아차 역시 투자액이 당기소득의 80% 이상을 넘어 환류세를 안 내도 된다. 다만 이는 올해만 적용된다. 내년과 2017년에는 새로 투자를 하거나 임금·배당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 환류세를 내야 한다. 물론 현대차그룹이 5조원으로 추정되는 건축비용을 조기 투입하면 환류세를 줄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개정안이 사실상 현대차그룹을 모델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현재도 환류세의 과세 표준인 기업소득 가운데 80% 이상을 배당·투자·임금상승분 등으로 재투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GBC 프로젝트는 기업소득환류세제 과세와는 관련 없이 100년을 내다본 사업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환류세 과세 대상은 3조6800억원 수준”이라면서 “옛 한전 부지 인수금액을 제외한 투자액과 임금인상분만 4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과세 대상 자체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사상 첫 중간배당을 포함해 8200억원 가량을 배당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세종=이태경 기자,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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