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 마을버스에도 통한다, 중국 알리페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알리페이에 가입한 요우커(중국 관광객)들은 국내 면세점에서 알리페이 앱 바코드만 보여주면 바로 결제할 수 있다. [사진 알리페이]
알리페이 가입자용 티머니카드는 교통카드는 물론 편의점 결제도 가능하다.

16일 오후 중국인 친리톈(37·여)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경복궁 서촌 방향으로 가는 마을버스 9번을 탔다. 친은 설 연휴를 이용해 남편과 딸을 데리고 한국 여행을 온 ‘춘절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구입한 알리페이-티머니카드만 있으면 ‘서울 사람’처럼 버스·지하철을 환승해 다닐 수 있고 편의점에서도 편하게 물건을 살 수 있어 가족들과 자유여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춘절 요우커’들이 알리페이(支付寶·즈푸바오) 전자지갑을 들고 서울 곳곳을 누비고 있다. 이전에는 중국 최대 신용카드인 은련카드(銀聯·유니언페이)나 한국 원화를 환전해 썼지만 이제는 알리페이 앱이나 알리페이와 연계된 충전식 선불카드(알리페이-티머니카드)로 돈을 쓴다. 알리페이-티머니카드로 지하철과 버스에서 환승할인을 받는 것은 물론 동네 구석구석으로 연결된 실핏줄 같은 마을버스도 이용할 정도다. 국내 면세점에서는 스마트폰에서 알리페이 앱을 열면 바코드로 결제도 된다. 세금 환급도 간편하다. 공항에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영수증에 휴대전화 번호만 써내면 알리페이 계정으로 입금된다.

 중국인 5명 중 3명(8억 명)이 가입한 알리페이가 저변을 무섭게 확대하고 있다. 만리장성 밖에서도 요우커들이 알리페이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도록 더 편하고 더 빠른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이렇게 가다간 국내 핀테크(금융·기술의 합성어) 시장도 알리페이에 선점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춘절 연휴에도 알리페이는 기세를 몰아 요우커들에게 혜택을 크게 확대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페이는 국내에서 쇼핑하는 알리페이 가입자들에게 환급받을 세금을 당초 금액의 두 배까지 지급해주기로 했다.

 한도는 200위안(약 3만5000원) 이내로 제한되지만 환급금의 절반을 현금인 ‘훙바오(紅包·세뱃돈)’로 준다. 설 연휴 동안 한국에서 요우커가 알리페이-티머니카드로 커피숍·편의점 등에서 결제하면 50%를 할인(한도 20위안)해주는 이벤트도 한다. 키키 우 알리페이코리아 사업개발 대표는 “앞으로도 중국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과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 서비스 품질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관계사인 알리페이는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 50%를 차지하는 핀테크 거물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가입자는 8억 명, 이 중 2억 명가량이 모바일로 알리페이를 이용한다. 알리페이는 지난해 말 한국스마트카드와 협약을 맺고 오프라인 결제의 물꼬를 텄다. 외국인용 알리페이-티머니카드를 만들어 알리페이 가입자들이 이 카드로 서울·경기도 수도권과 제주도에서 대중교통은 물론 주요 커피숍·편의점·화장품점에서도 결제할 수 있게 했다. 단체관광보다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최근 요우커 트렌드를 반영한 서비스다. 요우커 지갑에 쏠린 국내 유통업계에 알리페이의 영향력도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박소영(페이게이트 대표) 핀테크포럼 의장은 “알리페이가 쓰기 편한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으면 중국인은 물론 한국인도 알리페이 계정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며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첨단 금융서비스에 뒤처진 국내 금융업계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의 우려대로 국내는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 관련 법 개정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고, 최근 국내 최초의 인터넷 P2P(온라인 개인 간) 대출업체인 ‘8퍼센트’는 대부업으로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쇄됐다.

박수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