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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새로 시작하는 설날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14호 04면

내일모레면 설입니다. 옛날에는 신정, 구정으로 두 번 치르는 것이 ‘이중과세’라는 논란도 있었는데, 요즘엔 자연스럽게 신정 쇠는 분, 설 쇠는 분으로 나뉘었죠.

새해가 되어 멋진 목표를 세우고 이 악물고 결심을 해도 작심삼일이었을 대부분의 의지력 박약 현대인들에게, 설은 조상님이 주신 또 하나의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올 들어 49일을 흐지부지 보냈더라도 50일째인 이날부터 멋진 인생을 살면 될 듯한 느낌이랄까.

그럼 어떻게 살 것인가-.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에세이 『나는 길들지 않는다』는 이 화두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등짝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죽비입니다. 지난해 가을 출간된 이 책을 하필 엊그제 집어들게 된 것도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습니다.

목차만 봐도 독설의 사자후가 진동합니다. ‘가족에 길들지 마라’ ‘직장에 길들지 마라’ ‘목적이 없는 자는 목적이 있는 자에게 죽임을 당한다’ 등등. 드라마 ‘미생’에서 “회사가 전쟁터면 세상은 지옥”이라는 대사가 화제였는데, 저자는 ‘모든 방패막이로부터 나와 야생동물처럼 치열하게 살아보라’고 주장하네요.

너무 과격하지 않나, 싶다가 한번쯤 곱씹어볼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막연한 불안과 왠지 모를 초조에 휩싸여 삶을 흐지부지 보내기보다, 맨몸으로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정신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한번 사는 인생, 새로 시작하는 설날에 말입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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