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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악마의 시』 루슈디, 나를 말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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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조지프 앤턴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김한영 옮김
문학동네, 824쪽
3만3000원

이슬람을 모독하는 내용의 소설 『악마의 시』를 썼다는 이유로 1989년 이란의 종교 지도자 호메이니에 의해 유례 없는 공개 ‘처단명령’이 떨어졌던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68). 그의 2012년 자서전이다. 처단명령 발동 시점부터 영국·이란 정부간 협상에 따른 명령 철회(98년), 마침내 2002년 영국 경찰 특수부대의 루슈디 경호업무가 해제되기까지 14년간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한국 독자에게는 긴박감이 떨어질 수 있지만 처단명령이라는 세계적인 필화(筆禍) 사건은 루슈디와 주변인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겼다. 루슈디는 무사했지만 『악마의 시』 일본어 번역가는 살해당했다. 조지프 앤턴은 암살자를 따돌리기 위해 루슈디가 썼던 가명이다. 입 무거운 친구들의 보호 아래 꼭꼭 숨는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성격의 자서전에서 루슈디가 말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녹아 있다. ‘이야기에 대한 통제권, 이야기를 들려줄 권리, 이야기의 방식을 결정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모두에게 있으며, 어떤 논쟁이든 벌일 수 있어야 비로소 자유로운 사회라는 게 루슈디의 대답이다.

 그런 알맹이를 감싸고 있는 자서전의 과육(果肉)은 풍성하다. 지적이고 유머가 넘친다. 사생활도 과감하게 털어 놓아 흥미롭다. 불륜 체험, 유명 모델 파드마 라크쉬미와의 네 번째 결혼, 할리우드에서의 사교생활 등을 밝힌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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