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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4500원 담배 세금이 74% … 1000만 흡연자도 국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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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권상형
신우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요즘 흡연자들이 껑충 뛰어오른 담뱃값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4500원 담배 한 갑의 경우 판매가 74%인 3320원이 제세부담금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 결과 담배가 바야흐로 가장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상품으로 등극했다. 세금부담률이 약 56%인 휘발유는 물론 72%의 세율로 최고 수준을 유지했던 소주·맥주를 가뿐히 재꼈다.

 이에 따라 하루 한 갑을 피우는 흡연자가 1년간 부담하는 세금은 지난해 56만원에서 올해부터는 121만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이는 9억원의 주택 소유자가 내는 재산세와 비슷한 수준이며, 연봉 4745만원의 근로소득자가 내는 소득세와 맞먹는다.

 정부는 표정 관리에 바쁜 모양새다. 담뱃세 인상으로 예상 세수가 연간 2조8000억원에서 5조원 정도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고액의 세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흡연자들의 처지는 딱하기만 하다. 올해부터 대중음식점을 비롯한 거의 모든 실내공간에서 흡연이 금지돼 담배 한 대 마음 놓고 피울 공간이 없다.

 그런데 정부가 이런 금연구역 위반에 대해 단속할 행정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나마 양심있는 흡연자들은 칼바람이 부는 영하의 날씨에도 길거리 어느 후미진 장소를 찾아 마치 이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치는 죄인인양 ‘국가가 정한 합법적인 상품’을 소비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흡연자는 금연구역을 무시하면서 계속 흡연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의 제안은 바로 이들에게 흡연공간을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흡연자들도 합법적인 상품을 소비하는 건전하고 정상적인 소비자인 만큼 쾌적한 환경에서 흡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하고, 그리고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은 제대로 단속해야 한다.

 소비자기본법에도 ‘소비자는 안전하고 쾌적한 소비생활 환경에서 소비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돼 있지 않은가. 이는 비단 흡연자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원치 않게 담배연기를 맞닥뜨리게 되는 비흡연자를 위한 대안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의 한 자치구가 흡연부스를 설치해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호응을 얻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본 적이 있다. 해외사례 역시 일본이나 싱가포르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실내 흡연실 설치를 지원하거나 길거리 곳곳에 흡연공간을 마련해주고 있다.

  정부가 추가로 추진하려는 담뱃갑 경고그림 역시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스럽다. 혐오스런 그림을 일상에 노출시키는 것은 삶에 대한 부정적 의식과 폭력성을 부추길 우려도 있다. 실제 이를 감안해 방송에서는 병원 수술이나 자동차 사고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는가.

  필자는 정부의 금연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수단의 적합성과 우선순위를 지적하는 것이다. 흡연자들도 정부와 정치권이 보듬어줘야 할 엄연한 국민들이고 유권자들이다.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제 사정으로 서민들이 기댈 곳조차 없는 상황에서 1000만 명에 달하는 흡연자들을 막다른 골목까지 마냥 몰아붙이기만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인지 묻고 싶다.

권상형 신우회계법인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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