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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군사 개입 반대한 메르켈 … 미국선 “큰 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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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세계 정상들이 7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안보회의 장소에 도착하고 있다. 미소를 띠며 시작한 이날 회의는 서로 간의 이견만 확인하는 자리로 끝났다. 앞줄 왼쪽부터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뮌헨 AP=뉴시스]

지난해 4월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로 5400여 명이 숨졌다. 지난해 9월 민스크 합의로 휴전했다. 그러나 상황은 악화됐다. 최근 몇 주간 200여 명이 더 목숨을 잃었다. 그 사이 반군의 전력은 증강됐고 1294㎢ 정도를 더 점령했다. 이 중엔 도네츠크 공항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에선 서방을 향해 살상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에선 실제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부랴부랴 나섰다. 5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데 이어 6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5시간 여에 걸쳐 대화했다. 합의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충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비무장지대를 설치하고 반군 점령 지역에 보다 많은 자치를 허용하는 쪽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7일 독일 뮌헨에서 안보회의가 열렸다. 안보 분야의 ‘다보스 포럼’은 그러나 “서방 분열의 민낯”(뉴욕타임스)를 드러내는 자리가 됐다.

 메르켈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나 “군사적 개입은 오직 더 많은 죽음을 부를 뿐, 러시아를 상대로 한 군사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뒤 평소답지 않게 감성적인 목소리로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던 1961년을 회고했다. 그는 “미국에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시 아무도 군사적 개입이 동독 주민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현실적인 판단이었다”고 했다. 서유럽 주요 지도자들도 공감한다. 미국과 공동보조를 맞추곤 하는 영국도 “지금 무기를 공급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필립 해먼드 외교장관)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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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측 인사들은 반발했다.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은 “메르켈 총리가 큰 실수하는 것”이라며 “어떻게 자유를 위해 싸우고 죽으려는 사람들을 무장시키는 게 사태를 호전시키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은 아예 “메르켈 총리의 말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어리석음”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종의 적전 분열인 셈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대러 노선엔 차이가 있어왔다. 미국은 늘 강경했고 유럽은 끌려가는 모양새였다. 유럽에겐 러시아가 좋든 싫든 국경을 맞댄 ‘이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며칠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8일에도 메르켈 총리와 올랑드 대통령, 그리고 푸틴·포로셴코 대통령이 다시 평화안을 논의했다. 9일 오전엔 메르켈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있다. 살상 무기 지원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이후 입장을 정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선 유럽의 노력에 “합의안이 나오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유럽에선 그러나 “그렇다고 노력도 안 해보느냐”고 맞선다. 올랑드 대통령은 “영구적인 평화 협정을 도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전쟁이라는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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