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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려운 아침 음악회 ? 청중 수준 무시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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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주부들이 즐겨 관람하는 마티네 콘서트(아침 음악회)는 연주 선곡이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는 통념에 도전하는 지휘자 최수열씨. “어렵고 긴 곡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지휘자 : “이제 2악장 해봅시다.”

 피아니스트 : “2악장요? 1악장만 하는 거 아니었어요?”

 지휘자 : “네? 당연히 3악장까지 연주하는데요?”

 피아니스트 : “뭐라고요? 그럼 40분이 넘는데요? 아침 음악회에서 왜 이렇게까지 해요?”

 몇 년 전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의 마티네 콘서트(아침 음악회) 연습에서 나온 대화다. “아침에 왜 이런 걸 하나”가 바로 지휘자 최수열(36)이 숱하게 들었던 질문이다.

 최수열은 이 공연장의 마티네 콘서트에서 2012년 2월 처음 지휘했다. 2006년 시작된 이 콘서트의 주 관객은 주부다. 오전 11시 공연인 만큼 가볍고 쉽게, 재미있게 진행됐다. 유명한 클래식 음악에서 한 악장 정도만 발췌해 해설과 함께 연주했다.

 그러나 최수열은 무겁게 갔다. 교향곡·협주곡 전 악장을 연주하고, 어렵고 긴 곡도 마다하지 않고 선곡했다. 연주자마저 종종 헤매는 20세기 음악도 과감히 무대에 올렸다. 성남아트센터는 2013년 최수열에게 아예 전체 기획을 맡겼다. 그는 “아침 공연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선곡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올해 더 무거운 프로그램을 올린다.

 슈베르트 교향곡 전곡(9곡)이다. 다음달부터 12월까지 성남시향·수원시향 등과 함께 매달 한 곡씩 연주한다. 슈베르트 교향곡은 그의 가곡·독주곡·실내악곡만큼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8번 미완성 교향곡, 9번 ‘그레이트’가 유명한 정도고 나머지는 거의 연주되지 않고 있다. 슈베르트 전곡 연주를 시도한 국내 교향악단도 지금껏 없었다. 그러나 최수열은 “자주 연주되지 않는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1~6번을 보면 작품별로 뚜렷한 특징이 없어 밋밋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슈베르트의 매력이다. 전부 연주하고 나면 균형감각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잘 알려진 작곡가의 안 알려진 작품을 찾아 들어보는 재미도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무리 뜻이 좋아도 아침 음악회에 슈베르트 교향곡 전곡이 잘 맞을까. 그는 “연주자가 청중을 과소평가해 온 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껏 마티네 콘서트에서 난해한 현대음악을 연주했을 때도 이해도가 높았고, 반응이 좋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 경험에서 용기를 얻어 별로 유명하지 않은 슈베르트 교향곡 전곡에 도전해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아침 음악회니까 유명한 곡, 연주했던 곡으로 하자는 생각이 싫다”고 했다. 지휘자 자신은 물론 연주자들도 곡을 새로 익혀 처음 연주해보는 기쁨이 있다는 뜻이다.

 최수열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드레스덴 음대에서 지휘를 공부했다. 지난해엔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로 임명되면서 차세대 대표 지휘자로 자리매김했다. 20세기 이후의 현대음악을 정확하게 지휘하는 솜씨로 먼저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새로운 음악, 어려운 작품에 대한 도전은 그에게 일종의 습관이다. 최수열은 “쉬운 음악으로 대충 하는 게 더 스트레스”라며 자신의 아침 음악회 관람을 권했다.

글=김호정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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