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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진정성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13호 04면

한 주간의 차트를 매주 출고하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어느 순간부터 빠지지 않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도 그런 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히가시노는 특히 좋아하는 작가죠. 저와 취향이 같은 큰 딸이 이모집에 갔다가 그 책을 빌려왔다는 얘기를 듣고 ‘새치기’를 했습니다.

과연 명불허전. 살인사건도 일어나지 않고, 우리의 가가 교이치로 형사나 유가와 마나부 교수가 등장하지도 않는 일종의 환상소설인데, 사건이 시간과 공간을 오가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귀가 착착 맞아떨어지는 짜릿함이 압권이었습니다.

그런데 책 출간일을 보니 2012년 12월 19일이었습니다. S매거진 차트를 살펴보니 2013년 1월 24일자부터 4월 11일자까지 톱10안에 있었고, 다시 2014년 10월 16일자부터 지금까지 톱10에 머물고 있네요.

이 책이 다시 살아난 이유가 뭘까. 방송을 탄 것 같지도 않은데. 출판사로 전화를 해봤지만 담당자 역시 “딱히 짚히는 곳이 없다”면서 “연말연시에 따뜻한 이야기를 찾는 분들이 많아져서 일까요?”라고 되묻더군요.

이 책이 다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결국 소설 속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의 보기드문 진정성 때문아닐까요. 동네 꼬마들의 억지 고민에도 정성을 다해 답변을 써주던 할아버지의 존재가, 그런 편지와 답장이 오가던 낡은 우유통이 그리운 것이겠죠.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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