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r.아줌마]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는 '외국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그렇다면 위에 언급한 브랜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물론 명품의 고향이라는 프랑스 브랜드다. 그렇지만 공교롭게도 수석 디자이너는 모두 외국인이다. 루이뷔통은 미국인인 마크 제이콥스, 샤넬은 독일 출신의 칼 라거펠트,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영국인 존 갈리아노, 지방시는 이탈리아에서 온 리카르도 티스치, 마지막으로 이브 생 로랑 역시 이탈리아인 스테파노 필라티다.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프랑스가 왜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을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하게 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능력이다. 소비자들은 유명 브랜드를 살 때 디자이너가 누구인지를 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 자체를 보고 산다. 누가 만들었건 그 회사 제품에 충성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엄청난 파워를 가진 브랜드는 수석 디자이너를 일꾼의 개념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능력만 있다면 굳이 외국인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글로벌화의 영향이다. 단일 통화를 사용하는 유럽에서 국경은 별 의미가 없다. 패션에 있어 코드가 비슷한 미국도 다른 나라로 보기 힘들다. 시장의 개념도 광범위한 지역으로 묶일 뿐 나라별로 구분하지는 않는다. 어디 출신으로 디자이너를 구분하는 게 아니라 스타일별로 디자이너를 구분하는 것이다.

아직 배우는 입장인 한국 패션계에선 외국인이 수석 디자이너를 맡은 경우는 없다. 그렇지만 능력있는 외국인에게서 컨설팅을 받는 브랜드는 있다. LG패션 마에스트로는 지난해 9월부터 이탈리아 출신 클라우디오 페스타를 패션컨설턴트로 영입했고, 제일모직 갤럭시도 올 초부터 이탈리아 출신의 나폴레타노를 고문으로 영입해 새 패턴을 개발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세계적인 정장 브랜드에 몸담았던 인물로,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두 회사의 조력자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계에선 국경을 넘어서는 '콜래보레이션(협력 제품)'이 활발하다. 아이리버는 이노 디자인이 제품 디자인을 맡고 있고, 삼성전자의 애니콜은 미국 디자이너인 벳시 존슨과 애너 수이의 디자인을 채용한 제품을 만들어 호평을 받았다. 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이 4강 신화를 이룬 것은 히딩크식 능력 중심주의 덕분이라고들 한다. 이젠 능력 중심주의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세계 패션계가 보여주고 있다.

조도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