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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해양경계 협상 놓고 찬반 격론…"이번에 하자" vs "서두르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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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한·중 해양경계 획정을 위한 양국 협상이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열릴 예정인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이 담판 재개에 대해 찬반으로 갈려 팽팽한 논쟁을 벌였다.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소장 김흥규 교수)가 1월31일 '시진핑 시기 중국외교 패러다임의 변화-2015년 한국의 대중 외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중국 전문가 세미나가 격론의 무대를 제공했다.

한·중 양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적극 제안해 2015년 중에 해양경계 획정 협상을 가동키로 한 상태다. 한·중 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영해 기선으로부터 200해리 까지 경제적 권리가 인정되는 수역)이 일부 중첩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6년부터 거의 매년 경계 획정을 위한 회담을 열었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와관련, 1일 외교부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달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국장급이 참석한 가운데 해양 경계획정 협상 준비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익 차원에서 협상을 서두르는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번에 하자"는 찬성파에 맞서 "서두르지 말자"는 신중파가 대립하는 형국이다.

김흥규 교수(중국정치)는 "해양경계 획정은 (중·일 사이에서) 우리의 전략적 공간을 넓히는 의미가 있다"며 "(한중 담판) 시간을 늦추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도 문제를 포함해 한중간 해양경계 획정 협상을 조속히 타결함으로써 중·일 사이에서 우리의 선택지를 넓히자는 시각이다.

김원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은 이날 기자를 만나 "지난해 7월 한·중 정상 합의 이후 해양경계 획정 협상이 올해 재개될 전망"이라며 "한·중 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아 이번이 협상 타결의 호기라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는 "시 주석은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해양경계 획정 담판에 소극적이었는데 당시 박 대통령이 협상을 촉진하자고 제안했다"며 "이어도 문제 해결 위해 경계 획정을 서두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칫 민족주의 갈등을 부추길 수도 있다"며 "일본도 센카쿠(중국명 대오위다오) 영유권에 대못을 박으려고 국유화를 했으나 중국과 큰 갈등을 빚고 불이익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신창훈 아산정책연구원 글로벌거버넌스센터장(영국 옥스포드대 해양법 박사)은 "중국과 해양 경계획정을 할 만큼 (한·중 간에) 분쟁이 성숙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현재는 중국어선의 불법 어로가 두드러진 쟁점인데 경계 획정을 한다고 불법어로가 줄어들지도 않을 것이므로 (조기 담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성균중국연구소장)는 "외교관도 전문가도 (해양경계획정 담단을 할)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며 신중론을 폈다.

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한·일어업협정처럼 한중어업협정으로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 문제라는 급한불을 먼저 끄자"고 제안했다.
정상기 건국대 중국연구원 석좌교수(전 동북아협력대사)는 "중국은 협상할 때 목적에 따라 국제법이나 의(義)·정(情) 카드를 바꿔가며 내세운다"며 "서해에 대한 우리의 역사적 연유권(緣由權)을 연구해 치밀한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준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차제에 (유엔해양법협약과 별도로) '아시아판 해양법협약'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신정승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소장(전 주중 대사), 박진 아시아미래연구원 상임대표(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선진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전 주 인도네시아 대사),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전문기자 등 국내의 대표적 중국 전문가들이 대부분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장세정·안효성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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