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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뒷전인 사물 존칭, 가식적 친절일 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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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호 06면

소비가 일상이 된 현대사회는 대중에게 갑의 환상을 심어주었다. 그 결과 대중은 상품에 대해 절대적 자기 선택권을 소유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이러한 선택이 가장 비합리적 선택인 경우도 많다. 본질이 아닌 허상을 소비했기 때문이다.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화려한 소비 공간 속에서 미사여구만 접한 일상의 결과다. 소비 공간만큼 무미건조하며 표준화된 소통공간도 흔치 않다. 개인이 중시되는 듯 보이지만 그곳에는 대중화로 유도하는 ‘표준화의 덫’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도를 갖는 설득 행위는 언제든 위선적 소통으로 변질할 수 있다.

사회학자 조지 리처(George Ritzer)는 막스 베버의 합리성 이론으로부터 사회 내 비합리적인 일상으로 인해 초래된 진정성의 소멸을 경고했다. 모든 것이 지나치게 매뉴얼화됨으로써 초래된 상식 수준의 표준화를 비판한 것이다. 본질적 가치는 내팽개치고 단편적 사고의 지배를 받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대중은 공적 가치와 이성적 판단보다 사적 이익과 감성적 결정을 우선시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감성적 욕구에 부합될 수 있는 다양한 보상에서부터 심미적 즐거움에 이르는 판매 촉진 방법을 추구한다. 그 과정에서 공공성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린다. 소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목격되는 ‘가식적 친절’ 좀 더 구체적으로 사물 존칭도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사물 존칭의 사용은 소비자를 존중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사물만도 못한 존재로 취급하는 비합리적 소통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비정상적 대화의 본질적 문제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말로만 소비자를 높여주는 가식적 수사로 인한 또 다른 문제는 지금도 넘쳐난다.

유일한 해결책은 대중의 각성(覺醒)이다. 그리고 각성의 길로 이끄는 것이 공공소통이다. 공공소통은 공공성, 즉 양식(良識) 있는 표준화가 강조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는 공공에 이익이 됨과 동시에 개인이 존중받을 수 있는 원칙을 공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식이 지배하는 일반화된 현상 속 문제를 탐색하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며 실천을 도모해야 한다.

작은 외침 LOUD는 일상적 소비 공간에서 상식이 되어 버린 사물 존칭 문제를 각성시킬 방법을 모색했다. 그래서 익숙한 소재에 비정상과 정상을 함께 적는 방식의 작은 소통을 시도했다. 사물보다 사람이 우선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시민의 존재감도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중앙SUNDAY 콜라보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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