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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낳아 잘살아보자"|싱가포르·인니·인도-가족계획 성패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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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계는 인구폭발이라는 새로운 열병에 시달리고 있다. 1백50년전인 1830년에 불과 10억이던 세계인구는 1백년후인 1930년에 20억, 그 30년후인 60년에 30억4천만, 다시 15년후인 75년에 40억7천만명등으로 10억명이 증가하는 기간이 점자 짧아지고 있다.
83년 현재 46억으로 추산되는 세계인구는 17년후인 서기 2000년에는 61억2천만명으로 늘어나 70년 동안 3배이상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유한한 공간과 자원을 갖는 지구상에 먹고 쓸 사람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이 불균형을 바로잡기위해 세계가족계획연맹(IPPF)은 나름대로 전세계인구증가율을 낮추느라고 애를 쓰고 있으며 각 국가는 국가대로 자국의 인구문제해결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것이 요즘의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4천만을 넘어선것을 계기로 그사이 가족계획운동을 펴서 성공한 나라, 노력은 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한 나라들의 사정을 최정민특파원의 현지취재로 살펴본다.<편 집자>

<성공한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세계가족계획연맹에 의해 인구조절에 크게 성공한 나라로 꼽히고 있다. 한때(58년)4.7%에 이르던 인구증가율이 68년에는 1.6%선으로 내려왔고 최근 수년간은 1.2%의 안정된 증가세를 보이고있다.
그에따라 57년에 1백44만명이던 인구가 68년까지 2백1만명으로 57만명이나 늘어났지만 그후에는 증가세가 둔화, 81년에 2백44만명에서 안정되었다. 80년에 비해 81년 인구증가는 단 2만9천명에 그쳤다.
싱가포르가 인구억제에 성공한 이면에는 한정된 국토라는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서울(6백27평방km)보다도 작은 6백17.9평방km의 섬이 국토의 전부인 싱가포르로서는 인구의 억제가 모든 정책에서 우선이 되지않을수 없다.
66년 싱가포르 정부는 민간단체의 가족계획사업 일부를 인수했고 이어 71년에는 모든 가족계획사업을 맡아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인구조절정책을 펴왔다.
싱가포르의 인구억제 정책은 철저하게 다산가족에게는 경제적인 불이익이 돌아가게 하고 반대로 소가족에게는 혜택이 돌아가게하는 방식이다. 거기에다 고등학교까지 무료교육을 하는 제도로 인한 높은 교육수준, 국민소득 5천5백달러(81년추정)의 서구화된 생활양식에서 금전적인 불이익에 대한 국민의 민감한 반응, 여성의 취업기회확대등이 상호작용, 인구억제에 성공한 나라가 됐다.
싱가포르에서는 80%의 임산부들이 정부병원에서 출산하는데 첫아이냐 둘째아이냐에 따라 비용이 누증되는 방식을 쓰고있고, 정기검진도 1자녀는 무료지만 2자녀이상은 돈을 내야한다. 또 출산때 주는 60일간의 유급휴가도 세째아이부터는 주지않아 출산 후 곧 출근을 하든지 아니면 급료를 못받는 휴가를 가질수밖에 없다.
교육제도도 자녀수를 줄이는 큰유인책이 되고있다. 싱가포르는, 사립학교의 수준이 높아 전학원서를 내놓고 대기중인 공립학교의 학생들이 많은데 2자녀이하를 가진 40세이전의 부부중 한쪽이 불임수술을 받으면 사립학교 전·입학에 최우선권이 주어진다.
세금에 있어서도 73년8월1일이후에 출생한 4번째 이후의 자녀는 공제혜택이 없다. 또 이공계 대졸여성의 인력활용을 위해 이들이 2자녀이하를 가졌을때는 큰폭의 소득공제를 해주고 있다
토지의 개인소유가 없는 이곳에서는 정부의 주택 및 개발원이 짓는 아파트가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유일한 기회인데 입주신청을 일찍 냈더라도 자녀가 많은 가정은 소가족에 의해 뒤로 밀려나 내집 갖기가 어렵게 돼있다.
일단 입주했더라도 3자녀 이상의 가정은 셋방을 놓을수 없게 규제하고있어 경제적인 불이익이 따르게된다.

<실패한 인니·인도>
인구 1억5천만의 인도네시아나 인구 7억의 인도는 모두 정부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구증가율 막지 못하고있다.
61년 9천7백만이던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71년 1억2천만, 80년 1억4천8백만명을 거쳐 지금은 1억5천만명을 넘어섰다. 이대로 간다면 2천년에는 2억9천만명에 이르리라는 계산이다.
68년 국립가족계획조정기구를 발족시켜 강력한 인구억제책을 펴고 있지만 83년의 인구증가율은 2.3%로 63년 2.8%에서 20년간 0.5%밖에 낮추지 못했다.
인도네시아의 또하나의 문제는 자바섬에의 인구집중이다.
국토의 6%에 불과한 자바 마두라지역에 전인구의 62%가 몰려 살고있어 1평방km에 6백91명이상이라는 세계 제1의 인구밀도를 나타내고있다.
그래서 69년부터 50만가구, 2백50만명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워 1년분 생활비·주택·농장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막상 떠나려는 사람이 없어 지방에 따라서는 당국과 마찰까지 빚고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16∼17세인 여성의 결혼연령을 23세로 늦추고 2자녀 갖기 운동을 펴는 한편 가족계획에 응하지 않는 사람들을 자바이외지역으로 이주시키고 있지만 종교·사회구조등의 장벽이 높아 실효를 못거두고있다.
인도네시아의 가족계획을 어렵게하는 요인을 몇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인구의 88%에 이르는 회교도. 이들은 회교율법을 내세워 산아제한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있다.
둘째는 과일등으로 연명 할 수 있어「먹는입」에 대한 공포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제먹을 것은 갖고 태어난다」는 관념처럼 아사자가 별로 없어 인구의 무서움을 덜 느끼고있다.
세째는 4백개가 넘는 언어와 이로인한 40%를 넘는 문맹, 7천개이상의 섬으로 구성된 지리적·문화적장벽을 들수있다. 중앙정부에서 강력한 정책을 세워 실천하려고해도 전국민에게까지 파급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인도네시아 정부는 90년까지 인구증가율을 1.9∼2.0%까지 내려보려는 계획을 세워 밀고 나가고 있다.
인도도 사정은 인도네시아와 비슷하다. 세계 최초로 55년 가족계획제도를 만들어 인구억제에 나선 인도는 51년의 인구증가율 2.5%에서 71년에 2.48%, 81년 2.48%로 16년간 0.2%를 낮추는데 그쳤고 그후 10년간 증가율이 제자리에 멈췄다는데서 위안을 찾고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증가율의 재자리 걸음일뿐 절대인구가 많아 실재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고있다. 51년 3억6천1백만이던 인도의 인구는 61년 4억3천9백만, 71년 5억4천8백만, 81년 6억8천5백만이었고 83년 6월 현재 7억을 넘어 91년에는 10억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있다.
인도는 국립보건 및 가족복지연구원을 중심으로 보건교육·가족계획운동을 전국규모로 펴면서 90년에 증가율 1%, 2050년에는 증가율0%를 달성하기위한 노력을 쏟고있다.
83년 현재 1가정의 자녀수가 4.3명인것을 90년에는 1가임여성당 l명의 여아만을 낳도록 하는 운동을 펴고 있다. 또 71년 평균결혼연령이 17.2세인 여성의 결혼연령을 18세이상으로 규정하는 법령을 만들어 81년에는 18.7세로 늦췄다.
이같은 인도정부의 노력 역시 몇가지 장애를 극복해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애의 첫째는 남아선호사상. 우리나라처럼 대를 잇기 위한 남아선호가 아니라 재산으로서의 아들선호다. 인도에서는 2천대1의 어려운 경쟁을 뚫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사람의 첫봉급이 미화 80달러(기타 주택보조등제의)수준이지만 서민이 딸 하나를 시집보내는데는 보통 1만달러의 지참금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딸을 나으면 집안의 경제가 피폐해 질 것이 자명해 다시 아들을 낳아 이를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금번 상반기에만도 시집을 간 후 지참금을 지불하지 못한 여성 6백여명이 남편의 소행으로 보이는 화재사고에 의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지참금에 대한 권리의식이 남성들을 지배하고 있다.
둘째는 여성들의 조혼경향. 세째는 6O%를 넘는 문맹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미미하다는 점이 가족계획사업을 처음 시작한 인도의 인구문제를 어렵게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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