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간 박정희' 스토리로 베트남에 지도자상 보여줄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육영수 여사의 비서였던 김두영씨가 쓴 『가까이서 본 인간 박정희, 인간 육영수』 표지의 박정희(왼쪽)·육영수 부부 모습. 이 책을 베트남어 전문가인 조재현 한·베트남 친선협회부회장이 번역했다. [중앙포토]
조재현 부회장

박정희 대통령에게 베트남은 숙명과도 같은 존재였다. 남한처럼 월남도 반도가 나뉜 채 공산국가(월맹)와 대치했다. 월맹은 호시탐탐 남침 기회를 노렸다. 1961년 박정희가 쿠데타로 집권했을 때 베트남에선 전쟁 위험이 높아지고 있었다. 박정희는 파병이 불가피하다면 이왕이면 선수를 쳐서 최대한의 보상을 얻어내려 했다.

  쿠데타 6개월 후인 61년 11월14일 백악관 정상회담.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월남의 붕괴를 걱정하며 미군 투입을 고려 중임을 시사했다. 박 장군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 혼자서 너무 많은 부담을 지고 있다. 한국은 월남 식의 (게릴라) 전쟁을 위해서 잘 훈련된 100만 장정(壯丁)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승인하고 지원한다면 한국 정부는 파견할 용의가 있다.”

 결국 64~73년 남한은 연인원 30여만 명을 파병했고 5,000여 명이 죽었다. 남한의 청룡·맹호·백마부대는 전투력이 뛰어났다. 베트남으로선 한국군이 없었다면 통일이 더 빨랐을지 모른다. 베트남에게 적군 총사령관 박정희는 원망스런 존재다.

  그런 박정희에 대한 책이 베트남어로 번역되어 나왔다. 원전(原典)은 육영수 여사의 비서였던 김두영씨가 쓴 『가까이서 본 인간 박정희, 인간 육영수』. 번역자 조재현(68) 한·베트남 친선협회부회장은 대표적인 월남통이다. 그는 38년이나 한국외대 월남어과 교수를 지냈고 2000년 베트남-한국어 사전을 처음으로 펴냈다. 2013년 102세로 타개한 전쟁영웅 지압 장군 등 베트남 지도자들과 친분이 깊다.

  “1986년 도이모이(쇄신)에 착수한 이래 베트남 지도부는 한국의 경제개발·근대화를 모델로 생각했습니다. 똑같이 식민지배와 분단을 겪었는데 남한이 그렇게 발전하니 신기했던 거지요. 당시 리콴유 싱가포르 수상이 베트남 사람들에게 ‘박정희에게 배워라’고 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제가 만난 베트남 지도자들은 박정희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 차에 김두영씨가 쓴 박정희·육영수 책을 보고 이를 베트남에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이 책은 딱딱한 논문이나 역사서가 아니라 감동과 재미가 있는 일화들을 엮은 겁니다. 베트남 사람들이 쉽게 박정희를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들의 지도자와 비교하겠지요.”

 번역서에는 박정희 부부의 사진 100여 장이 추가됐다. 책은 한·베트남 친선협회(회장 최영주) 이름으로 이달 중순 출간됐다. 협회는 쯔엉 떤 상 국가주석을 비롯한 고위관리들은 물론 대학생·노동자 등 베트남 국민들에게도 널리 배포할 계획이다.

글=김진 정치전문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