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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티셔츠·화장품 한국의 반값 … 비행기 삯 뽑고도 남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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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싸졌다. 다시 말해 엔화가 저렴해졌다. 지난해 12월 31일 엔화 값이 100엔당 910원까지 내려앉았다. 격세지감이다. 3년 전인 2012년 1월만 해도 100엔을 사려면 1500원이 필요했다. 이후 2013년 1200원대, 지난해 1000원대로 엔 값이 뚝뚝 떨어졌다. 엔화는 앞으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엔화 가치가 낮아질수록 올라간 게 있다. 일본 여행의 즐거움이다. 통계도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 숫자는 275만5000여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진 일본정부관광국 서울사무소 과장은 “엔화 약세에 힘입어 작년 방일 한국인이 2013년보다 12% 늘었다”고 말했다.

week&도 서둘러 1월 15∼18일 일본 오사카(大阪)로 떠났다. ‘엔저 특수’를 맞아 쇼핑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오사카를 3박4일 뒤집고 다니며 무엇이 얼마나 싼지 낱낱이 알아봤다. 해외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쇼핑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미혼 여성만의 얘기는 아니다.

week&이 비행기 삯은 너끈히 뽑고도 남는 오사카 쇼핑 정보를 공개한다. 상품가는 쇼핑이 집중됐던 16일 환율을 기준 삼아 원화로 환산했다. 엔화를 현찰로 살 때 100엔당 약 940원이었다.

글·사진=양보라 기자

오사카 드러그 스토어 가격 비교

오사카는 일본에서도 인정하는 쇼핑 메카다. 오사카에서 만난 자칭 ‘쇼핑 매니어’ 후쿠다 나오코(30)는 “오사카의 체감 물가는 도쿄의 70% 수준”이라며 “대형 쇼핑몰이 모여 있고 맛있는 음식이 넘치는 오사카야말로 일본의 쇼핑 수도”라고 말했다.

오사카를 일본 쇼핑 공략지로 삼았다. 오사카의 ‘명동’으로 불리는 신사이바시, 백화점이 모여 있는 우메다(梅田) 지역을 중심으로 둘러봤다. 쇼핑 중에 ‘약(藥)’이라는 간판이 보이면 일단 걸음을 멈췄다. ‘드러그 스토어(drug store)’를 가리키는 사인이기 때문이다. 드러그 스토어는 의약품·건강보조식품에 심지어 화장품과 술도 파는 만물상이다. 여기에 한국인이 사랑하는 상품이 집결해 있다.

이를테면 퍼펙트휩(세안제·120g), ‘동전 파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로이히츠보코(156개 들이), 휴족시간(냉찜질 시트·18개 들이), 매구리즘 증기마스크(일회용 안대·14개 들이), 키스미 히로인 마스카라(화장품), 리제프리티아 거품 염색약 등은 한국 여성 사이에서 일본 필수 쇼핑 품목으로 꼽힌다.

똑같은 상품도 드러그 스토어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오사카 시내 4곳, 간사이국제공항 출국장 1곳 등 모두 5개 드러그 스토어를 비교한 결과, ‘다이코쿠(ダイコク)’ 신사이바시점이 가장 저렴했다. 후쿠다가 추천한 매장이었는데, 비교 대상이었던 6개 품목 모두 다른 매장보다 쌌다. <표 참조>

한국인 관광객이 바글바글했던 ‘돈키호테(ドンキホ-テ)’ 우메다점과 다이코쿠를 비교했을 때, 품목마다 작게는 25엔(235원), 크게는 276엔(2600원) 차이가 났다. 휴족시간은 다이코쿠에서 475엔, 돈키호테는 550엔이었다. 다이코쿠가 552엔에 파는 동전파스는 돈키호테에서 798엔으로 가격이 뛰었다.

공항 드러그 스토어는 다이코쿠보다 두 배 정도 비쌌다. 다이코쿠에서 284엔인 퍼펙트휩이 공항에서 598엔이었다. 매구리즘 증기마스크는 다이코쿠에서 760엔이었지만, 공항은 1219엔에 팔았다. 드러그 스토어 쇼핑은 시내에서 마무리하는 게 좋다는 뜻이다.

비행기 삯 뽑는 일본 쇼핑 노하우

일본이라고 무조건 싸지는 않다. 특별히 싼 품목이 있다.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패션 제품이 대표적이다. ‘청담동 며느리 장바구니’로 유명세를 치렀던 ‘바오바오’ 가방은 매장에 진열하기 무섭게 한국인 여행객이 싹쓸이해 갔다. 한국 백화점에서 49만5000원에 판매하는 ‘바오바오 루센트’의 일본 판매가는 2500엔(23만5000원)에 불과했다. 일본 패션 브랜드 ‘꼼데가르송’의 인기 품목인 ‘보더티’도 8만원 넘게 차이 났다. 일본에서는 긴 팔 티셔츠가 7884엔(7만4100원)이지만, 서울 한남동 편집숍에서는 15만5000원을 줘야 한다.

화장품 쇼핑도 빠질 수 없다. 영국 수제 화장품 브랜드 ‘러쉬’의 일본 판매가는 한국 인터넷면세점 가격보다 저렴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명 ‘슈렉팩’으로 불리는 ‘마스크오브매그너민티(125g)’, 세안제 ‘렛더굿타임즈롤(100g)’이 모두 980엔(9200원)이었다. 한국 판매가는 각 2만700원, 2만2000원이다.

몇몇 여행·레저 용품도 일본에서 사는 게 이득이었다. 여행가방의 명품으로 불리는 ‘리모와’의 살사 에어 94ℓ 모델은 한국에서 구입하면 억울한 제품이다. 도큐핸즈(tokyu hands) 신사이바시점 판매가가 5만8000엔(54만5200원), 한국 백화점 판매가는 78만원이다. 캠핑족 사이에서 명품으로 통하는 ‘스노피크’도 일본이 싸다. ‘어메니티돔(스몰)’을 다이마루(大丸) 백화점 우메다점 매장에서 2만1427엔(20만1400원)에 판매했다. 스노피크 코리아는 1월 15일부터 해당 제품 가격을 34만5000원에서 32만8000원으로 내렸다. 그래도 일본에서 사면 12만6600원을 아낄 수 있다.

애주가에게 일본은 차라리 천국이다. 한국에서 4만5000~4만7000원에 파는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쇼비뇽 와인이 일본 돈키호테 도톤보리(道頓堀)점에서는 1029엔(9700원)에 불과했다. 한국 대형 마트에서 3만9000원(전용잔 포함)에 판매하는 산토리 가쿠빈 위스키(700㎖)도 같은 매장에서 1020엔(9600원)이었다.

여권의 다른 이름, 쇼핑 쿠폰

일본에서 물건을 구입한 뒤 영수증을 확인하면 속은 기분이 들 수도 있다. 판매가보다 더 높은 금액이 결제되기 때문이다. 소비세가 포함돼서 그렇다. 일본에서는 물건 값의 8%를 세금으로 물린다.

한데 이를 피해갈 방법이 있다. 외국인 면세 제도다. 대형 쇼핑몰뿐만 아니라 드러그 스토어에서도 면세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단, 5001엔 이상을 결제할 때만 세금 환급이 된다. 그러니 드러그 스토어 한 군데를 정해 한꺼번에 사는 게 유리하다. 세금 환급 전용 계산대에서 여권을 보여주면 세금을 제외하고 계산해준다.

웬만한 대형 백화점에서는 세금 환급도 되고 5% 할인도 해준다. 오사카 시내에 있는 다이마루·한큐(阪急)·한신(阪神) 백화점 1층 안내센터에서 5% 할인 쿠폰을 준다. 생활용품을 파는 ‘무인양품’과 ‘도큐핸즈’에서도 계산할 때 여권을 제시하면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5% 할인 쿠폰을 준다.

일본에서 쇼핑할 때 주의점이 있다. 한국 법률이 정한 해외여행자 면세한도다. 여행자 1명이 600달러(약 65만원)까지만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족 2명이 여행할 경우 당연히 1200달러까지 한도가 늘어난다. 하지만 물건 1개 값이 600달러를 초과하면 면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본에서 10만원 정도 싸게 살 수 있는 덕에 ‘아이패드 에어2’를 구입해 오는 한국인 여행자가 많은데, 이때도 면세 한도를 신경 써야 한다. ‘아이패드 에어2 와이파이 128G’ 모델의 일본 판매가는 7만5800엔(71만2500원)이다. 면세 한도를 넘는다. 입국할 때 관세 당국에 신고하고 물건 가격의 10%인 7만1250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세금을 물어도 한국 판매가(84만원)보다 싸다. 혹여 신고하지 않고 적발되면 가산세 40%가 붙는다. 세금 7만1250원에 가산세 40%가 붙어 2만8500원을 더 내야 하니 유의해야 한다.

● 여행정보=오사카에서 쇼핑은 대부분 신사이바시 지역과 우메다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신사이바시에서 우메다까지는 지하철로 세 정거장 떨어져 있다. 지하철 요금은 편도 240엔(2100원)이다. 여행사 여행박사(tourbaksa.com)가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한 2박3일 오사카 항공권을 판매한다. 김포공항에서 오전 8시30분 출발하고, 간사이국제공항에서는 사흘 뒤 오후 8시25분 출발한다. 비행시간은 1시간40분이다. 항공권을 구매하면 600엔(5600원) 상당의 오사카 시영지하철 1일권을 무료로 준다. 하루 동안 오사카 지하철을 무한대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다. 항공권 36만6000원부터. 비지니스급 호텔 2박 8만4000원부터. 070-7017-2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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