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우리 모두 국제시장 출신이다

중앙일보

입력 2015.01.29 00:18

업데이트 2015.01.29 00:31

지면보기

종합 28면

다니엘 린데만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며칠 전 영화 ‘국제시장’을 봤다. 주변에서 권해서 보게 됐지만 기대 이상의 재미와 감동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영화로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남자 주인공이 나이가 들어 가게를 정리하지 않겠다고 고집 부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가족을 지키겠다는 아버지와의 약속 때문이었는데 주변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를 보면서 독일 할아버지들이 떠올라 “역시 어딜 가든 나이 드신 분들은 고집이 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들은 절대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는 속담도 있는데, 우리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것을 알려드리면 “필요 없다”며 거절하기 일쑤였다.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말씀드리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해서 당황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서 할아버지의 태도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길거리나 지하철·버스에서 노인이 젊은 사람 기준으로 볼 때 조금 이상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면 “나이가 들면서 고집이 세지거나 성격이 괴팍해졌나 보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분이 어떤 과거를 겪었는지, 누구한테 어떤 약속을 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을 수 있다”고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옛날 우리 할머니께서 빵을 썰다 생긴 빵가루를 일일이 모아 잡수신 것도, 고기를 조리할 때 나온 지방으로 소스를 만들어 감자 위에 뿌려 드신 것도, 목욕탕에 물을 한 번만 받아 일곱 손주를 차례로 목욕시킨 것도 이제는 이해가 간다. 어릴 적 내게는 그냥 자상한 할머니, 음식을 맛있게 해주시는 할머니였다. 하지만 자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이 무섭고 배가 고파 숨어서 울었던 여섯 살 소녀가 바로 우리 할머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쟁 때와 그 직후 물자가 너무 부족해 이렇게 아껴 쓰는 습관이 몸에 뱄던 것이다.

 젊은 세대는 노인의 과거를 제대로 알고 그분들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모두 지혜롭고 똑똑한 것이 아니지만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는 건 사실인 것 같다. 누구나 인생에서 할 일이 있다. 시장에서 가게를 하나 운영하는 것도, 대통령이 되는 것도 나름 가치가 있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기가 선택한 일을 충실하게 한 사람이라면 나중에 나이가 들어 고집이 좀 세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우리 모두 국제시장 출신이다’는 생각으로 노인들과 대화를 나눠야 한다.

다니엘 린데만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