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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북 사업가 "북한 개혁개방 진행중"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내부적으로 조용히 개혁과 개방을 진행 중이라는 외국인 대북 사업가들의 집단 증언이 나왔다. 북한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해온 외국인 기업인들은 28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윤대규 소장)가 주최한 국제학술회의(‘북한과의 비즈니스-기회와 도전’)에서 이같이 전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5.24 대북 제재 조치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대북 사업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가운데 북한을 상대로 활발한 기업 활동을 해온 외국인 기업가들의 이같은 증언이 주목된다.

싱가포르와 중국 베이징에 사무소를 둔 대북 기업 조선교류(EXCHANGE)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 이사는 “북한은 개혁이란 용어를 직접 쓰지는 않지만 2012년 6.28 조치와 지난해 5.30조치를 통해 개혁 조치를 계속 해왔다”며 “핵-경제 병진 노선을 내세워도 경제를 더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민들은 개혁조치 이후 생산 할당량을 충족하면 생산물의 40-50%를 가질 수 있다”며 “국영기업도 경제원리에 따라 자율성이 강화되고 정부가 규제를 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12월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처형 이후 북한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오히려) 좀 더 늘었다”고 덧붙였다.

코리아 어소시에이츠(컨설팅) 토니 미셸 이사는 “북한에서 미소금융(마이크로 파이낸스,소액 금융)을 이용해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사람도 등장했다”고 증언했다.

네덜란드의 컨설팅 업체인 GPI의 폴 치아 이사는 “북한은 개방중이고 외국기업의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개혁개방을 이끈)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이 개혁 개방할 때 외국 기업 투자 유치 노력을 하고 중산층을 키우려고 했던 것과 상황이 같다”고 말했다.
북한을 140번 다녀온 고려투어(관광업) 사이먼 카커럴 대표는 “북한과의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믿을만한 사업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이치 포스트-DHL(물류운송)의 제임스 민 국제무역법률 부문 부대표는 “북한에도 국제 규범을 따르는 3개 로펌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북한 시장에 먼저 들어간 외국기업들이 엄청난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나진 선봉에서 2008년부터 신발을 생산해온 선양신업의 마크 김(재미교포) 이사는 “중국의 담배 기업은 북한의 미래를 보고 활발히 투자하는데 한국 기업과 교포 기업이 북한 땅을 더 사랑하고 투자하면 좋겠다”며 “북한 주민들이 외국인을 만나면서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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