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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BI, 은행원 등으로 위장한 러시아 스파이 3명 적발

중앙일보

입력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정보를 빼내던 러시아 스파이 3명이 FBI에 붙잡혔다. [사진 중앙포토]

 
뉴욕의 은행원 등으로 위장한 러시아 스파이 3명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붙잡혔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26일 성명에서 뉴욕 맨해튼에 있는 러시아 은행 지점 직원 예브게니 브랴코프(39) 등 3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공개한 체포영장에 따르면 브랴코프는 러시아 외교관 이고르 스포리셰프, 빅토르 포도브니와 함께 미국 정부의 대러 제재와 대체에너지원 개발 정보 등을 빼내려 했다. 부랴코프는 이날 구속됐고 러시아 무역대표인 이고리 스포리셰프와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 소속 외교관 빅토르 포도브니 등 2명은 러시아로 추방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검찰 측 발언을 인용해 "부랴코프가 '제냐'라는 가명으로 2010년부터 5년간 은행 부지점장 행세를 하면서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따른 영향과 같은 민감한 정보를 수집해왔다"고 보도했다. 부랴코프는 수십 차례에 걸쳐 스포리셰프, 포도브니 등과 비밀 회동을 가졌다. 접선은 맨해튼 외곽 인적이 드문 곳에서 이뤄졌으며 비밀 쪽지를 끼운 우산, 잡지, 책 등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주고받았다.

이들은 맨해튼 중심가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정보 보고서를 암호로 만들어 러시아 해외정보국(SVR)에 보냈다. 부랴코프의 관심사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따른 영향과 대체에너지 개발 동향이었다. FBI가 부랴코프의 사무실 컴퓨터를 조사한 결과 ‘러시아 제재 결과’나 ‘러시아 제재 영향’ 같은 검색어가 발견됐다. SVR의 지령을 받은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부랴코프의 공소장에는 이들이 맨해튼 사무실에서 나눈 비밀 대화도 실려 있다. 포도브니는 SVR로 파견된다는 말을 듣고 "제임스 본드처럼 헬기를 타고 날아다닐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다른 사람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함께 정보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SVR에 대해 "SVR야말로 진정한 정보"라고 스포리셰프에게 말했다. 이들이 뉴욕대와 유대 관계를 갖고 있는 젊은 여성을 모집한 사실도 드러났다.

연방수사국(FBI)은 2010년 뉴욕에 부임한 브랴코프의 동태를 2012년부터 주시해왔다. 지난해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한 뒤 미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러 제재 조치를 발표하자 브랴코프의 활동은 제재 관련 정보를 캐내는 데 맞춰졌다. 그는 지난해 여름 FBI 비밀 정보원에게서 제재 관련 서류를 받았고, 두 러시아 외교관을 48차례 만나 정보를 건넸다.

이들은 뉴욕의 한 대학 젊은 여성들을 정보원으로 포섭하기도 했다. 뉴욕 남부검찰청장 프리트 버라라는 "브랴코프 등의 혐의는 냉전이 끝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러시아 스파이들이 신분을 숨기고 우리 곁에서 공작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러시아 스파이가 적발된 것은 201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FBI는 안나 채프먼 등 SVR 요원 11명을 적발했고, 이 중 10명을 러시아에서 붙잡힌 미국 측 스파이들과 맞교환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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