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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질 참수 시간 다가오는데 막을 방법 없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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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27일 "24시간 이내에 사지다 알리샤위를 석방하지 않으면 (인질로 잡고 있는) 고토 겐지와 요르단인(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모두 살해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본과 요르단 정부는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IS가 고토의 음성을 통해 '24시간 시한'을 최후 통첩한 건 27일 밤 11시. 따라서 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일본과 요르단 정부는 늦어도 28일 이내에 알리샤위의 석방 여부를 결단해야 한다. 알리샤위는 2005년 요르단 암만 호텔 테러를 기도한 여성 테러리스트다. IS는 고토와 인질교환을 요구해 왔다. 사형수인 그는 현재 요르단 감옥에 수감돼 있다. 한편 고토와 함께 언급된 알카사스베는 지난달 전투기 추락으로 IS에 생포된 조종사다.

시간에 몰린 일 정부는 28일 다급하게 돌아갔다. 24일 고토와 함께 억류됐던 유카와 하루나가 살해된 데 이어 고토 마저 같은 결과로 끝날 경우 일 정부로선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는 이날 오전 9시30분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했다. 아베 총리는 "이런 비열한 행위에 대해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하루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요르단의 일 정부 현지대책본부와 대책을 숙의했다.

현재 일 정부로선 요르단 정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것 말고는 달리 묘안이 없다. IS가 24일 밤 공개된 영상에서 고토와 알리샤위의 맞교환을 요구하면서도 시한을 못박지 않자 일 정부 내에선 "다소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장기전으로 본 것이다. 이후 일본과 요르단은 2대1(고토&알카사스베 대 알리샤위), 혹은 2대2(고토&알카사스베 대 알리샤위+1)의 맞교환 구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간파라도 한 듯 IS는 27일 밤 영상에서 "나(고토)와 그녀(알리샤위)의 교환이다. 그걸 이해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운가" 라고 잘라말했다. 바꿔 말하면 알리샤위를 석방해도 요르단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요구하는 요르단인 조종사 알카사스베는 내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요르단 정부도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8일 "요르단 정부는 IS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고토 "알카사스베 조종사 모두 살해될 가능성이 있고, 한편으론 고토의 석방을 우선시할 경우 (자국민인) 알카사스베 조종사를 내버렸다는 요르단 내 비판을 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요르단 군부가 27일(현지시간) "IS는 요르단인 조종사와의 교환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요르단 정부로 하여금 섣불리 일본의 손을 들어주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총리 관저 앞에선 "일단 알리샤위를 석방하라"는 시민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한편 27일(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최고급 호텔인 코린시아 호텔에 무장괴한들이 습격해 미국인 1명, 프랑스인 1명 등 외국인 5명을 포함한 10명이 숨졌다. AFP통신 등 일부 외신은 한국인 1명도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외교부 당국자는 "리비아 내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우리 국민 피해가 확인된 바 없다" 고 밝혔다.

사건 후 IS의 리비아 지부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고 이슬람 극단주의세력 감시단체인 '시테'(SITE)가 전했다. 이 단체는 또 이 호텔이 "이슬람교도가 아닌 외국인 외교 사절단과 보안 관련 회사 직원들을 수용했다"는 이유로 이곳을 공격 목표로 정했다고 주장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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