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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새 별명 '자판기' … 의혹 누르면 설명자료 재까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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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완구

27일 오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서류파일을 손에 든 채 출근했다. 밤새 제기된 의혹을 설명하기 위한 자료였다.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또 질문할 게 뭐죠. 자, 또 해 보세요. 또 있나요”라며 서류들을 꺼냈다.

 부동산 의혹에 대해 그는 “자, 이게 계약서다. 7억5600만원에 계약했고 2011년 (차남 증여 때) 증여세 5억원을 냈다”며 “세금을 합해 13억원 가까이 들었는데 14년 만에 20억원이 됐다. 이게 투기였는지는 알아서 판단해 달라”고 했다. 매매계약서, 증여세 납부 기록, 차남의 연봉 자료까지 내보였다. 서류파일에선 14년 전 장인·장모의 입원확인서까지 나왔다. “건강이 악화돼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샀던 땅을 부인에게 줬다”는 설명 자료였다. 차남의 병역에 대해선 “결혼도 안 한 자식의 신체를 공개하는 게 아비로서 가슴 아프다”면서도 “이번 주 적당한 날 공개 검증을 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에겐 새 별명이 생겼다. ‘자판기’다. 의혹만 누르면 설명 자료가 튀어나온다고 해 붙은 별명이다. 그는 기자들에게 “작년부터 총리설이 있었는데 준비를 안 했겠느냐”며 “내가 즉각 답변을 내놓으니까 자료가 정리된 ‘비밀가방’이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이 제기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근무 이후 받은 훈장’에 대해 “행시를 붙고 경찰에 있을 때 각 부처에서 똘똘한 사람을 불러서 파견근무 다녀온 게 뭐가 잘못됐느냐”고 했다.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선 “20년 전 논문을 지금의 잣대로 보면 (의혹이) 맞을 수도 있다. 전문학자가 아니라 소홀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국회는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다음 달 9~10일로 확정했다. 새정치연합 전당대회(2월 8일) 다음 날이다. 청문특위 위원장은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맡기로 했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에선 간사를 맡은 유성엽 의원을 비롯해 김경협·김승남·진성준·홍종학 의원 등이 위원으로 나선다. 박완주 대변인은 “국정 농단과 병역 문제, 경제활성화, 농어촌 대책 검증을 위해 상임위별 전문가로 진용을 짰다”고 했다. 하지만 명단을 짜는 데 진통을 겪었다고 한다. 고사하는 사람이 많아서다. 전날까지 명단에 있던 박수현(충남 공주) 의원은 막판에 빠졌다. 박 의원은 “충청 출신 총리에 대한 지역의 기대가 큰 상황에서 충청도 의원이 공격수로 나서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야당 특위위원 중엔 충청 출신이 모두 빠졌다.

강태화·현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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