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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키우려 목숨 내놓고 일했다" 자서전 쓰는 아버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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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 관악구에 사는 이의홍(70)씨는 지난해 2월 숙원 사업이던 자서전을 출간했다. 책 제목을 『그리움과 함께 살아온 날들 달빛에 담아』로 정했다. 고생했지만 그립기도 한 지난날의 이야기를 자서전에 담았다. 이씨는 “6·25 때 아버지가 병환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연로하신 할머니가 떡장사·묵장사·팥죽장사 등 온갖 행상하며 목숨 걸고 자식들을 키웠다. 내가 겪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을 내기까지 관악구청의 도움이 컸다. 구청에서는 2011년부터 매년 어르신 10명을 뽑아 자서전을 낼 수 있게 돕고 있다.

 자서전 쓰는 아버지들이 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복지관, 시민단체 등을 주축으로 ‘어르신 자서전 쓰기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관악구청의 김은진(도서관과) 팀장은 “자서전을 통해 자손들은 지혜와 경험을 배울 수 있고 어르신은 상실감과 외로움을 달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전했다.

 자서전은 할아버지-손자 세대를 잇는 매개체가 된다. 이상훈(86) 전 상호신용금고연합회 회장은 최근 외손자에게 6·25 전쟁 당시 남긴 수필일기를 건넸다. 낡아 사그라지려는 종이 대신 워드 파일 형태로 다시 남겨 달라는 당부도 했다. 외손자 장윤호(35)씨는 “서울에서 대구까지 한 달간 걸어 피란 가는 등 책에서 읽을 법한 일을 할아버지 세대가 실제로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등촌7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노년의 품격’이라는 제목으로 어르신과 청소년이 함께하는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 자서전쓰기사업단 장영희 대표는 “고등학생들이 어르신의 자서전 편찬을 도우면서 세대 간 소통의 자리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자서전을 쓰려면=자서전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유명인만 자서전을 쓴다는 생각을 버리자. 매일 30분 글쓰기 훈련도 중요하다. 장 대표는 “내용과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마구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어나서 현재까지의 인생표를 작성하는 것도 도움된다. 표를 기준으로 내용을 추가하다 보면 자서전을 쉽게 완성할 수 있다.

◆특별취재팀=이지영·김호정·한은화·신진 기자
사진=신인섭·오종택·최승식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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