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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질 고토 "내겐 24시간밖에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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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슬람국가(IS)는 27일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後藤健二·47)의 새로운 영상(사진)을 통해 IS가 요구하는 사형수 사지다 알리샤위의 석방이 24시간 내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질을 살해할 뜻을 밝혔다.

 27일 오후 11시쯤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서 고토는 영어로 “이건 나의 최후의 메시지다. 나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는 건 요르단 정부다. 일본 정부에 남겨진 시간은 짧다. 요르단 정부에 압력을 가하라. 나냐 아니면 그녀(IS가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알리샤위)냐, 뭐가 힘든 것이냐. 나에게는 24시간밖에 없다. 조종사(지난해 12월 IS에 의해 체포돼 억류돼 있는 요르단인 전투기 조종사를 뜻하는 듯)에게는 (나보다) 짧은 시간밖에 남아 있지 않다. 더 이상 지체되면 어느 한쪽이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은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42)가 살해됐음을 밝힌 24일의 영상과 마찬가지로 모두에 “이 영상은 이미 일본 정부와 고토의 가족에게 전달돼 있다”는 자막이 표시됐다.

 고토는 영상에서 앞서 공개된 두 차례 영상과 마찬가지로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채 요르단 조종사인 무아드 알카사스베(27) 중위의 사진을 두 손에 들고 있었다.

 일 언론들은 “이는 일본과 요르단 정부에 IS가 요구하는 알리샤위의 석방이 24시간 내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요르단인 조종사 알카사스베 중위, 고토가 순서대로 살해될 것이란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NHK 등 일 언론은 27일 심야에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긴급 속보를 전하며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IS는 고토와 알리샤위의 교환 석방 시한을 제시하지 않아 일 정부와 IS 간의 협상이 장기전에 들어설 것이란 분석이 대두됐으나 이번 영상 공개로 사태는 긴박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한편 아베 신조 정권은 ‘집단적 자위권’을 입법하는 데 이번 IS 사태를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26일 개회한 올 정기국회에서는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는 각종 관련법의 통과를 놓고 여야 간 격론이 예상됐다. 이런 상황에서 IS 사태가 터지자 아베 정권은 “그것 봐라. 자위대가 어디든지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 시작한 것이다.

 아베는 25일 TV에 출연, “이번 사태처럼 해외에서 일본인이 위험한 상황에 놓여도 자위대가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게 돼 있다”며 “(그걸 가능하게 하는) 법안 정비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나카노 고이치(中野晃一) 조치대 교수는 일 언론에 “이번 사태로 아베는 국제무대에서 일본이 보다 강력한 정치적 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결의를 다진 듯하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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