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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감정 정확히 전달 … 러 환자들 "스파시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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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동아대병원 러시아 담당 코디네이터인 신옥사나·야나·이민재씨(왼쪽부터). [송봉근 기자]

지난 26일 오전 10시 부산 동아대학교병원 국제진료센터. 러시아에서 온 구세프 알렉산더(30)·구세프 엘리자베타(27·여) 부부는 연방 “스파시바(고맙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자신들을 상담한 한국인 코디네이터를 향해서다.

 이 부부는 의료관광객이다. “동아대병원이 불임치료를 잘한다”는 인터넷 후기를 보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부산행 비행기를 탔다. 부부는 “러시아에서 수년 동안 찾지 못한 불임 원인을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알게 됐다”며 “코디네이터 덕에 몸 상태를 의료진에게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아대병원 의료관광객 전담팀에는 ‘러시아 3인방’이 있다. 이른바 코디네이터다. 한국말을 못하는 러시아인의 증상과 문의 사항을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부산외대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한 이민재(31)씨와 우즈베키스탄 출신 신옥사나(26·여), 러시아인 야나(30·여) 등이 주인공이다.

 전담팀은 2011년 구성됐다. 처음엔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씨가 일을 도맡아했다. 하지만 낯선 의학용어가 문제였다. 그는 “의사소통엔 별 문제가 없었지만 까다로운 의학용어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의학용어를 열심히 익혀 이젠 능수능란한 설명에 ‘미샤(1980년 러시아 올림픽 아기곰 마스코트)’라는 별명도 얻었다.

 우즈베키스탄대학 사범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신옥사나는 2012년 팀에 합류했다. 그는 “환자 증상 외에도 감정 상태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아 의외로 까다로운 직업”이라고 말했다.

 2013년 합류한 야나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러시아인. 부산외대 졸업과 함께 병원 근무를 시작했다. 야나는 “수면내시경 등 러시아에서 경험하기 힘든 의료 행위를 묻는 경우가 많다”며 “부산 의료기술이 우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스트레스가 많으면 소맥(소주+맥주)을 말아먹고 푹 잘 수 있는 부산이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러시아인들은 주로 현지 인터넷 사이트를 보거나 에이전시 소개로 입국한다. 코디네이터가 특별히 홍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산 의료기술이 입소문을 타면서 2012년부터 의료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은 관광가이드 역할도 한다. 관광을 겸해 오는 환자가 많아서다. 그래서 틈만 나면 환자들에게 부산 관광명소와 맛집을 소개한다. 러시아인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으로 왕복 항공료를 부담하고 병원비를 보험 없이 낸다. 러시아보다 진료 기간도 짧다. 병원 입장에선 내국인에 비해 수입이 좋은 편이다.

 코디네이터는 상담 때 견적서보다 병원비가 많이 나오면 항의를 받곤 한다. 이씨는 “증세와 입원 기간이 달라 병원비가 많이 나온 걸 이해시키는 게 만만찮다”고 설명했다. 야나는 “건강검진을 하러 왔다가 암을 발견해 치료하고 돌아가기도 한다”며 “말기암 환자가 숨을 거둘 때는 안타까운 마음에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성호 동아대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은 “러시아 3인방이 병원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부산의 러시아 의료관광객은 2009년 457명에서 2013년 4779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진료과목은 성형외과를 주로 찾는 중국인과 달리 내과(암치료)와 건강검진이 많다.

글=차상은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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