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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올림픽 영웅 박태환을 못 지켜준 허술한 선수 관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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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제수영연맹(FINA) 도핑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올림픽 메달리스트 박태환 선수가 검찰 수사 결과 금지 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갱년기 증상 개선 효과 외에 근육량과 골밀도를 높여 근골격계의 성장·강화에 영향을 준다. 이를 통해 공정한 스포츠 승부를 방해하기 때문에 세계반(反)도핑기구(WADA) 등은 이를 금지 약물로 지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이두봉 부장검사)는 박 선수가 지난해 7월 서울 모 병원에서 이 주사를 맞고 도핑검사에서 적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 측은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기 위해 주사를 놨고, 테스토스테론이 금지 약물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의 작용·부작용, 금지 약물 여부는 의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 선수 소속사는 “주사 성분 등을 수차례 확인했고 병원 측이 문제없다고 했다”지만 주사약 성분은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도 금세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의 대표적 스포츠 스타이자 올림픽 영웅인 박 선수를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했다면 병원도, 소속사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도핑과 스포츠 의학의 전문성과 경험을 겸비한 대한체육회 의무진이나 국가대표 주치의를 두고도 굳이 일반 병원을 찾은 것부터가 석연치 않다.

 박 선수가 올 2월 FINA 청문회에서 아무리 실수라고 해명하더라도 관례상 국제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상참작을 받아 징계 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차선책이다. 박 선수가 내년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스포츠 외교를 집중해야 한다.

 한국 스포츠계는 이번 사건을 거울 삼아 국가대표 선수들의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선수들이 행여나 약물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단속하는 것은 물론 실수로 금지 약물이 투여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스포츠 전문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도핑은 의례적인 절차가 아니라 공정한 승부의 세계로 가는 엄격한 통과의례임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