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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겨눈 현대 수소차 … 인프라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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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5 북미 국제 오토쇼(이하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未來)’를 북미시장에선 처음으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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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어로 ‘미래’를 뜻하는 미라이를 공개하면서 도요타 측은 “한번 충전으로 최대 650㎞를 달릴 수 있는 사실상 최초의 양산 수소차”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2013년 4월 ‘투싼ix’를 수소차 형태로 출시했지만, 현재까지 계약 대수가 26대에 그치는 만큼 도요타 입장에선 미라이가 상용화에 성공한 ‘첫 번째 수소차’란 의미였다.

 지난해 말 일본 내에서 시판에 들어간 미라이는 1개월 만에 1500여 대가 팔렸다. 미라이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으면서 도요타는 당초 연 700대 가량을 생산하기로 했다가, 2017년에는 3000대까지 증산하기로 했다. 현대차도 밀리지 않았다. 정의선(45)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디트로이터 모터쇼에서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수소차를 고객에게 전달한 회사”라고 강조했다. 투싼 수소차는 5분 정도 충전하면 최대 426㎞를 운행할 수 있으며 작동 중에는 수증기만 배출한다. ‘투싼 수소차’는 수소를 직접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는게 아니라 내부 수소연료전지에서 산소와 수소를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혼다 역시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수소차 컨셉트카를 전시했다. 혼다의 ‘FCV 콘셉트’는 최대 480㎞를 달릴 수 있다. 수소차를 둘러싼 자존심 대결은 일단 현대차의 판정승으로 끝이 났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인 ‘워즈오토’는 “미라이는 투싼보다 소음이 심할 뿐 아니라 트렁크 공간도 좁다”며 투싼 수소차에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는 미라이 가격이 대당 723만6000엔(약 7600만원)선인 점을 고려해 현재 1억5000만원 선인 투싼 수소차값을 1억2000만원 수준까지 내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수소차 시장을 놓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이 뜨겁다. 수소차 시장은 현대차가 가장 먼저 뛰어들었지만 일본·독일 등 선진국 업체들도 마케팅, 인프라 구축을 앞세우면서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상황은 현대자동차그룹에 우호적이지 만은 않다. 우선 우리나라와 일본 정부 간 수소차 인프라와 관련해 인식 차가 크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수소차 보급에 직접 앞장서고 있다. 지난 15일 일본 총리 관저에 인도된 미라이 1호차의 주인공도 아베 총리였다. 일본 정부가 정유회사 JX에너지와 민관 합동으로 올해 주요 도시에 100개의 수소차 충전소를 설치키로 한 게 대표적인 친(親)수소차 정책이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수소 사회’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2025년까지 수소 충전소를 1000곳 만든다는 ‘그랜드 플랜’까지 세워놓았다. 여기에 미국도 앞으로 10년간 수소차 분야에 매년 2000만 달러씩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해 35억원이였던 수소차 관련 예산이 올해 20억원으로 감소한 게 대표적이다. 2025년까지 수소 충전소 200개를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는 “충전소가 많아야 수소차 판매가 늘고 매출 증대가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생긴다”며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공동으로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것이 유력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수기·김영민 기자

◆수소연료전지차=휘발유를 연료로 하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개념부터 다른 신개념 미래형 자동차다. 수소와 산소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 에너지로 자동차에 장착된 모터를 구동한다. 주행시에는 매연 대신 물(수증기)만 배출되는 완전 무공해라는게 장점이다. 전기자
동차보다 더 오랜 시간 주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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