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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교육시스템] 직업 교육 덕에 청년 실업률 낮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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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스위스의 전체 실업률은 2.9%다. 청년 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16.3%)의 절반 수준인 8.4%를 기록했다. 영국·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가는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기도 한다.

 스위스의 이런 낮은 실업률은 중학교에서부터 실시되는 직업 교육 덕분이다. 스위스의 대학 진학률은 20~25% 수준이다. 열에 여덟은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일찍 직업을 갖는다. 스위스 학생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다. 대학진학을 목표하는 학생은 중·고등 통합 공립학교인 김나지움을, 직업 교육을 받고 싶은 학생들은 일반 중학교로 진학한다. 평균적으로 20% 정도의 학생들만 김나지움에 진학할 뿐, 대부분의 학생들은 일반 중학교에 들어간다.

 일반 중학교에선 기초학력과 직업교육을 병행한다. 예컨대 독일어 시간에 기초적인 독일어 공부를 하면서 면접 방법과 태도를 익히고 이력서·자기소개서 등 실용적인 글쓰기를 연습한다. 2학년 때는 관심 있는 직업군에서 2~3일 동안 일해본다. 이때 회사는 학생의 적성·태도·관심도 등을 평가해 학교에 보고한다. 학교는 학생과 상담을 지속하며 성향과 재능을 고려해 다양한 직업에 대한 정보를 준다. 일반 중학교의 정규 교육 과정 자체가 관심 있는 직업을 찾고 실제 취업에 도움될 수 있는 실용적인 과정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 지역마다 운영하는 청소년구직 센터에서 청소년구직 전문상담사에게 상담을 받고 적합한 직업을 추천받는다. 학생들은 각 기업에서 운영하는 직업교육생 채용에 응시한다. 일반 구직자가 직장을 구하듯이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통과해 직장을 구한다. 중학교 3학년 때 이미 첫 직장을 갖는다는 소리다.

 일반 중학교를 졸업하면 직업교육 전문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3일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2일은 학교로 등교해 직업과 관련해 좀더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한다. 은행에 취직했다면 경제학·회계학을 학교에서 배우고, 기계설계 일을 한다면 금속·기계에 대한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식이다. 직장에선 현장 실무능력을 기르고, 학교에선 전문지식을 습득해 일의 숙련도를 높이는거다.

 기업은 이런 직업교육생을 반긴다. 또한 직장에서 3년 동안 업무를 익히고 기업 내에서 기존의 직원들과 이미 친숙해졌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애정도 높다. 기업은 직업교육생이 3년간의 직업교육 기간을 마무리하면 정직원으로 채용한다.

 기업들은 직업교육생 채용 제도 유지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스위스에서 직업 교육에 소요되는 총 예산은 연간 90억 스위스프랑(한화 약 10조75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3분의 2 가량이 기업의 투자에 의해 이뤄진다. 각 기업은 직업교육생 지도를 전문적으로 맡는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 직업교육생 훈련 비용과 3년에 이르는 직업 교육 기간 동안의 월급도 모두 기업의 몫이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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