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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샤넬백 대신 샤넬시트 … 아내에게 잔소리깨나 들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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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통신 백을 든 윤동주씨가 검정색으로 튜닝한 아우디 위에 앉아 있다. 원래 이 차는 흰색이었다. 아래 사진은 엔진까지 바꾼 풀 튜닝 벤츠 ‘브라부스 g63’에디션.

사람만 성형을 하는 게 아니다. 자동차도 성형을 한다. 자동차 성형은 튜닝이라고 부른다.

“튜닝 왜 하냐고요? 튜닝 매니어들끼리는 그래요.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하고 안 하는 사람은 없다고요. 남자의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가장 중독성 강한 취미 아닐까요.”

 윤동주(39)씨는 튜닝 매니어다. 튜닝 동호회 열혈 멤버로 활동하다가 거기서 고교 동창인 차지원 대표를 만났고, 4년 전부터는 아예 전문 튜닝업체 아승오토모티브에서 이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가 튜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필생의 로망’이자 첫 차였던 BMW를 산 2년 후였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차였는데 싫증이 나더라고요. 그렇다고 다른 비싼 차로 바꿀 수도 없고 해서 튜닝으로 변화를 주기 시작했어요.”

 기자가 그를 처음 만난 건 한영외고 출신 동문들이 진행하는 미술경매 스터디 모임에서였다. 튜닝이 불법개조와 다른 거냐는 질문에 펄쩍 뛰던 윤씨는 지난 20일 기자를 서울 역삼동 튜닝 전시장으로 초대했다.

 “독일 차들은 브랜드별로 튜닝하는 회사들이 정해져 있고, 그 회사 제품으로 튜닝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벤츠는 전문 튜닝 브랜드인 브라부스와 공조해서 ‘벤츠 브라부스 에디션’을 내놓기도 했고요.”

 그는 튜닝을 ‘나만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많은 이들이 처음엔 외관 튜닝으로 시작해 나중엔 ‘자동차의 심장’격인 엔진까지 바꾸는 풀 튜닝으로 접어들게 된단다. 외관 튜닝은 휠·범퍼·본네트·헤드라이트 같은 자동차 바깥을 튜닝하는 걸 말한다. 그러다 시트 가죽을 샤넬이나 에르메스 등에 주문 제작하고 나아가 계기판이나 핸들 같은 자동차 내부 부품을 바꾸게 된다. 엔진을 바꾸는 건 출력을 올려 더 빠른 속도를 즐기기 위해서다. 요즘 윤씨는 ‘페라리’를 풀 튜닝해서 타고 다닌다. 아승에 입사하기 전 그는 ‘캐논’에서 기술 영업을 했다. 그땐 튜닝 때문에 아내의 잔소리깨나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이라며 마음 편히 튜닝에 전념하고 있다.

 튜닝을 가장 많이 하는 건 40대 남성 자영업자들이다. 요즘은 20~30대 전문직 종사자나 고소득 회사원으로 그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한다.

 “전에는 외제차가 희소했지만 요즘은 어디 그런가요. BMW 520이 ‘강남 쏘나타’로 불릴 정도라 남과 다른 차별화를 원하는 고객이 점점 튜닝에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어요. 같은 차종이라도 튜닝을 하고 안하고에 따라 전혀 다른 차가 되거든요.”

만난 사람=김소엽 기자

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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