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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 사용설명서] 강남 사람이 말하는 강남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9면

수많은 막장드라마에는 강남 사모님, 주로 ‘압구정동 사모님’이나 ‘청담동 사모님’들이 등장합니다. 이 사모님들이 패악을 떨면, 청순가련한 여주인공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다음은 그 사연을 뒤늦게(왜 꼭 뒤늦게, 또 우연히 알게 되는 걸까요) 알게 된 잘 생기고 돈 많은 남자 주인공이 대신 복수해 줄 차례입니다. 남자 주인공이 시원치 않으면 여주인공이 직접 ‘캔디 정신’을 발휘, 사모님들에게 당차게 한방을 날리죠.

강남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지인들에게 이런 대중문화에 비친 강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워낙 다른 세상 얘기라서 …. 그냥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해요.”

“강남이라고 다 같은가요. 그 안에도 잘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이 있구요. 지역마다 특성도 달라요.”

대중문화 속 과장된 모습이 불만인 사람, 별 관심 없는 사람 등등 반응도 제각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강남에서 오래 살았다는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70년대 말과 80년대 초 학군 좋은 강남을 찾아왔다는 점이었습니다. 비싼 물가에도 불구하고 강남을 못 떠나는 이유도 자녀 교육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강남으로 이주하려는 이들 역시 이유는 자녀 교육이었습니다.

강남구라는 행정구역이 생긴 지 올해로 꼭 40년이 됐습니다. 40년 동안 ‘강남 신화’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한국인의 못 말리는 교육열로 모아집니다. 좋은 교육을 받아 좋은 대학을 가면, 그 학연과 지연을 기반으로 좋은 사회적 위치에 오를 가능성이 컸으니까요.

하지만 10년 후 강남이 어떤 모습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당·일산·판교·수지 등으로 강남권역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고, 목동이나 중계동 같은 신흥 ‘교육특구’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로데오 명품거리를 찾던 젊은이들은 이제 옛 정취가 살아있는 강북의 작은 골목에 찾아들기 시작했습니다. 베이미부머들의 은퇴 시기도 다가오고 있고,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렵다는 저성장 시대엔 대학 서열이 전처럼 중요하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상대적으로 여유 있고 가진 게 많은 이들은 그만큼의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교육 1번지’ ‘부촌의 대명사’ ‘패션 트렌드의 성지’인 강남이 자원봉사가 활발한 지역, 문화를 사랑하는 지역 등의 명성을 갖게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수 싸이가 노래 ‘강남스타일’에서 이미 한마디하지 않았습니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가 강남스타일이라고요.

박혜민 메트로G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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