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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국경을 넘어… 양계장집 딸, 미국 메릴랜드 주 퍼스트레이디가 되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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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호건 부부는 2000년 미술 전시회에서 만났다. 당시 김유미씨(57)는 세 딸을 둔 싱글 맘이었다. 김씨는 한국의 양계장을 하는 부모 슬하에 태어나 자랐다. 남편 래리 호건(58·Larry Hogan)은 미술보다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부유한 집안의 부동산 업자었다. 그는 무엇에 홀린 듯 충동적으로 전시장을 찾았다."

워싱턴 포스트가 소개한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 부부의 첫 만남이다.

래리 호건 주지사는 “나는 작품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작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김씨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전해 주었지만 그에게서 전화는 오지 않아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김씨를 다시 만날 기회를 가졌다. 이후 그들은 사랑에 빠졌고 2004년 결혼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WP) "지난 21일(현지시간) 취임한 래리 호건 미 메릴랜드 주지사 가정이 미국의 다양성을 상징한다"고 23일 보도했다. 이어 민주당 텃밭인 메린랜드 주에서 호건 주지사를 당선 가능케 한 것은 한국 출신 아내 김씨와 가족들 덕분이라 전했다.

워싱턴 포스터에 따르면 호건 주지사는 여러 번 선출직에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호건과 추상 풍경화 화가였던 김씨는 성장 환경부터 성격까지 공통점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성공적인 가정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부분이 지난해 11월 치러진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의 디딤돌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호건은 한복을 입고 결혼식을 할 만큼 김씨와 한국 문화에 푹 빠졌다. 아내 김씨도 메릴랜드주 인구의 5.5%로 늘어난 아시아계 주민들에게 남편이 다가갈 수 있는 다리가 됐다. 호건 주지사는 “안녕하세요, 안녕히가세요, 사랑합니다 정도의 한국어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와 전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딸 제이미 스털링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새아버지’ 호건의 정책이 반(反) 여성주의적이라는 상대 후보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선거 광고에 출연했다. 스털링은 “아버지는 저희 셋을 키우던 강한 어머니를 만나 결혼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반 여성주의적이라는 상대 후보 측 주장은 틀렸습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김유미씨가 주지사 관저에 이사하면서 제일 먼저 김치냉장고를 들였다”며“매주 하루는 저녁을 한국식으로 준비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이어 “설날에는 아시안 친구들을 불러 음식을 대접할 계획이다. 호건 주지사도 갈비찜과 돼지불고기, 김치찌개, 김치볶음 같은 한국음식을 좋아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WP는 “모든 행동을 상징으로 해석하는 정치의 세계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새 도전에 직면했다”고 덧붙였다.
WP는 “김씨는 메릴랜드 미대(MICA)에서 진행하던 강의도 중단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자신의 일과 정치, 가정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호건 주지사는 오는 5월 한국을 방문해 한국 국적기의 볼티모어 워싱턴공항 취항을 논의할 계획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사진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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