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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대로 가면 그리스처럼 국가파산 처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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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리스 급진좌파연합 정당 시리자의 총선 승리는 우리의 당면 현실에 비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권력을 잡은 최초의 반(反)긴축 정당”(뉴욕타임스)인 시리자의 승리는 2012년 집권한 신민당의 개혁 드라이브에 국민이 피로감을 느낀 게 큰 요인이다. 지표상으로 그리스 경제는 바닥을 쳤다. 6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마감하고 지난해 0.6% 성장으로 돌아섰다. 올해 성장률도 유럽연합(EU) 평균치 1.5%보다 훨씬 높은 2.3%가 예상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진 신민당이 추진해 온 공공부문 개혁, 해외 투자 유치, 관광산업 육성 등 개혁정책이 가시적 성과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체감경기는 달랐다. 긴축재정과 구조조정에 따른 정리해고, 도산 등으로 지난해 실업률이 26.6%로 치솟았다. 청년 실업률은 60%에 가깝다. 게다가 국내총생산(GDP)의 174%에 달하는 공공부채를 줄이기 위한 긴축재정과 세수 확충으로 허리띠를 계속 조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고통이 “재협상과 부채 탕감”을 외치는 시리자의 집권을 낳았다. 하지만 개혁정책이 중단·후퇴하게 되면 기업들의 투자의지를 약화시켜 경제회복세를 둔화시키거나 하락세로 반전시킬 수 있다. 그리스 국민의 고통이 더욱 크고 오래갈 수밖에 없다는 건 설명이 필요 없다.

 구조개혁 없는 미봉적 경제 운용,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 등 포퓰리즘적 정책이 초래한 치명적 결과에서 빠져나오기가 얼마나 힘든지 보여 주는 사례인 것이다. 이미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우리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그리스처럼 국가 파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도 이미 나왔다. 지난주 국회 예산정책처의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는 통합재정수지가 2021년 적자로 바뀌고 2033년께는 국채 발행으로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파산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이번 연말정산 사태 이후 정부 대처를 보면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제라도 증세에 국민적 합의를 모색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무상복지 등 재정지출을 재검토해야 한다. 현실의 위험에 눈을 감는 건 다음 세대에 부당한 빚을 떠넘기는 범죄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