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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 "한국, 아시안컵 우승해도 더 노력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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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울리 슈틸리케(61) 축구대표팀 감독은 끝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6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이라크를 2-0으로 물리쳤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지난 1988년 이후 27년만에 이 대회 결승에 올랐다. 한국은 전반 20분 이정협(상주)이 헤딩 선제골을 넣은 뒤, 후반 5분 김영권(광저우 헝다)의 추가골로 이라크를 완파했다. 1960년 이후 한번도 이 대회 우승이 없었던 한국은 31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호주-아랍에미리트(UAE) 승자와 우승컵을 놓고 겨룬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지휘봉을 잡은 지 5개월 만에 아시안컵 결승까지 올리는 성과를 냈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이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해 상당한 의미가 있다"면서도 "만약 이 대회에서 우승을 하더라도 한국 축구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결승할 상대인 호주-UAE에 대해서도 "호주가 올라올 것으로 보지만 이변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조별리그 3차전에서 1-0으로 이겼던) 호주가 올라올 게 유력하다고 하지만 조별리그 때 만났던 팀과 결승은 다를 것이다. 현실적으로 인지하고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과 일문일답.

- 한국의 경기력이 점점 발전해가는 것 같은데.
"대회를 치르면서 점차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규율도 잘 잡혀간다. 이는 한국 문화인 것 같고, 우리의 강점이기도 하다. 오늘은 좋지 않은 모습이 있었다. 공을 너무 많이 놓쳤다. 우리 팀에는 상대적으로 아직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다. A매치 10경기 정도밖에 안 되는 선수들도 있다. 차두리, 기성용 같은 경험이 있는 선수도 있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볼을 잡을 때는 전혀 다른 경기가 된다. 이들이 볼을 잡으면 감독, 코치도 조용해진다. 우리가 결승전에 가서 좋은 경기를 하려면 보완할 점이 많다."

- 하루를 더 쉬었는데 도움이 됐나.
"이번 대회에서 매우 중요한 두 경기가 있었다. 첫 번째가 호주전이다. 그들이 쉽게 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때는 호주가 하루 더 쉬었지만 우리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이기고 일정상의 유리한 위치를 빼앗았다. 그 길로 우리는 이라크보다 하루 더 쉬는 이점을 안았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한국이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해 상당한 의미가 있겠지만 우승을 하더라도 한국 축구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 세트피스에서 첫 골이 나왔는데.
"세트피스를 계속 연습했다. 볼을 제대로 올려주지 못하면 골 기회를 만들지 못한다. 오늘은 볼이 제대로 올라와 골까지 만들었다. 이라크전을 비디오로 분석하면서 준비를 잘했다. 오늘은 잘된 날이고 예전에는 잘 안됐다."

- 누가 결승에 올라올 것 같나.
"호주는 아주 잘 준비된 팀이다. 전술적으로 훌륭하고, 선수들도 자기 역할을 잘 이해한다. 호주가 올라올 것으로 보지만 이변이 있을 수도 있다."

- 남은 경기에서도 무실점이 가능할까.
"물론 우리가 원하는 바이다. 한편으로는 오늘 경기 전에도 실점할 수 있다는 사전 논의를 선수들과 했다. 주의도 줬다. 실점한 적이 없기 때문에 실점을 하면 당황할 수도 있다. 대응 능력을 키우자는 주문을 했다. 우리가 앞으로도 1년, 2년 동안 계속해서 무실점을 할 수는 없다.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

- 한국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높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 출발했을 때 아시아권 3위에서 대회에 임했다. 1차적인 목표는 3위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1차 목표를 달성해서 우리가 많은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는 상황이다. 소기의 목적을 어느정도 달성했다. 결승에 진출해서 우승을 하려고 최선을 다하겠지만 우리의 랭킹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둬 어느 정도의 목표는 달성했다."

-조별리그에서 호주를 꺾은 것이 결승에서 얼마나 자신감으로 이어질 것 같나.
"호주는 지난 경기에서 예디낙, 레키, 케이힐, 크루즈 등 핵심 선수들이 모두 빠진 상태서 싸웠다. 냉정하게 이번 경기는 다르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까지 보여준 그대로의 모습, 정신적으로 잘 준비 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3차전과 결승전은 다를 것이다. 현실적으로 인지하고 잘 준비해야 한다."

시드니=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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