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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타고 부산항 갔던 차도둑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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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에 이용된 마세라티 GT과 아우디 R8 차량. [사진 대구경찰청]

지난해 11월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최모(32·무직)씨는 동네 선후배로 친분이 있던 이모(33)씨 등 3명을 불러모았다. 사기 행각을 벌일만한 아이디어가 떠올라서다. 고가의 수입차를 빌려다가 팔아버리는 것. 자동차 동호회 게시판에 '차를 돈 받고 빌려드립니다'라고 쓰인 글을 여러차례 본 데서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방법은 이랬다. 인터넷 수입차 동호회에 가입한 뒤 차주들에게 대여료를 주고 차를 받아다가 밀수출업자에게 그대로 넘겨버리고 사라지는 식이었다. 이렇게 의기투합한 이들은 지난해 12월 한 인터넷 수입차 동호회에 가입했다. 5000만원짜리 2013년식 BMW520D를 하루 50만원을 주고 빌렸다. 그리고 대전에 있는 밀수출업자에게 200만원을 받고 넘겼다. 경찰은 "대전의 밀수출업자를 쫒고 있다. 차량이 어느나라로 수출됐는지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 차례 밀수출이 성공하자 이번엔 차량 금액이 2억원대가 넘는 슈퍼카 동호회에 가입했다. 서울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며 '차량을 빌려준다'는 글을 올린 김모(25)씨에게 접근했다. 보증금 100만원, 하루 대여료 100만원을 주고 2억4000만원짜리 2012년식 마세라티 GT 차량을 빌렸다. 이 동호회에서 2013년식 아우디 R8(시가 2억2000만원)도 같은 금액을 주고 대여했다.

차주들이 분실을 우려해 차량 곳곳에 5개의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해뒀지만 이들은 이를 모두 뜯어냈다. 최씨 등은 차를 나눠타고 밀수출업자를 만나러 부산항으로 향했다가 첩보를 입수하고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경찰청 수사2계는 26일 사기 혐의로 최모(32)씨 등 4명을 구속했다. 또 이들에게 돈을 받고 차량을 빌려준 김모(25)씨 등 3명을 여객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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