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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 군면제, 공개검증 응할 것" 몸 낮춘 이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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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서울 통의동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차남의 병역 문제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공개 검증을 받겠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일요일인 25일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 4층에 마련된 총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다. 전날 통의동 사무실에 첫 출근할 때는 수행비서도 없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총리실에서 지원하는 차량과 운전사, 수행원 등 의전과 편의를 사양하고 있다”며 “오늘(25일) 아침에도 ‘정책을 관장하는 총리실 직원 말고는 이곳 통의동 사무실에 나와 있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몸을 잔뜩 낮추고 있다. 흠을 잡히지 않기 위해 기자들과의 접촉도 줄이고 있다.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운 것도 건물 밖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다. 청문회 준비팀은 의원실 소속 보좌진을 비롯한 당내 인력으로 꾸렸다. 박근혜 정부 들어 검증 과정에서 낙마한 총리 후보자들처럼 되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 후보자의 자기 관리는 충남지사 시절에도 유별났다. 지사 때 도청 이전 후보지 일부를 과거에 증조부가 사들여 아버지에게 상속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자 친동생의 의사도 묻지 않고 보상금을 국가에 기증한 일이 있다. 어린 시절 공직을 꿈꿔온 이 후보자는 중학교 때 다친 발을 찍은 X선 사진을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병역 기피’ 논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후문이다.

 그래선지 몸은 낮췄지만 자신을 향해 제기되는 의혹들에는 발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날 오전 이 후보자는 통의동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차남의 병역면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서다. 그는 “필요하다면 언론인, 의료인 또는 어떤 관계자들이 참석하든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어떤 조치라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결혼 안 한 자식의 신체 부위와 관련해 대중 앞에 노출하고 공개한다는 것이 얼마나 인간적으로 고민이 되겠는가. 그렇지만 국민적 의혹이 해소될 수 있다면 어떻게라도 하겠다”고 했다. 본인의 조기 전역, 부인이 차남에게 토지를 증여한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증빙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 여야는 26일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에 도착하는 대로 청문회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다음달 4~6일을 제시하고 있다. 총리가 출석하는 2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이 10일 시작되는 만큼 새 총리가 답하게 하자는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다음달 8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청문회를 그 이후로 조정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 내에서도 이 후보자를 지나치게 몰아세우진 말자는 기류가 적지 않다. 안 수석부대표도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않겠다. 팩트(사실)를 갖고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를 돕고 있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김종필 전 총리가 옛 자민련 시절 대변인을 지낸 이 후보자에게 지난 23일 축하전화를 걸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김 전 총리가 옆에 있는 내가 들릴 정도의 큰 소리로 ‘일인지하 만인지상’ ‘잘할 거야’라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글=현일훈·김경희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본인 조기전역 논란 등 적극 대응
중학교 때 다친 발 X선 사진 보관
의전 지원 사양하고 홀로 출퇴근
점심도 집무실서 도시락으로 해결
JP "이 후보, 잘할 거야" 전화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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