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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일본인 인질 1명 참수 … 아베 "용납 어려운 폭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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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5일 자식의 살해 소식을 전해 들은 유카와 하루나의 아버지(뒷모습)가 일본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고 있다. 그는 “정말 안타깝다”며 “일본 정부와 국민께 폐를 끼쳤다. 고토의 무사귀환을 바란다”고 답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는 25일 새벽 긴급 각료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용납하기 어려운 폭거”라며 IS를 비난했다. [도쿄 AP=뉴시스]
여성 지하디스트
사지다 알리샤위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납치한 일본인 두 명 중 한 명인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42)를 살해했다는 영상 메시지가 24일 밤 공개됐다.

 3분 길이의 영상 속에서 또 다른 인질 고토 겐지(後藤健二·47)는 참수된 유카와의 사진을 들고 있었다. 고토는 음성 메시지에서 “아베 총리가 (72시간 내에 몸값을 내지 않아) 유카와를 죽였다”며 “그들(IS)은 이제 돈은 원치 않으며 다만 붙잡힌 동포 사지다(알리샤위)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제 테러리스트에게 자금을 제공한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사지다를 그들에게 넘기면 난 석방된다”고 덧붙였다. 끝 부분에선 “이걸 나의 마지막 말로 만들지 말아 달라”며 “아베 총리가 나를 죽이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5일 오전 NHK에 출연해 “사진의 신빙성이 높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언어도단이며 용납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IS를 강하게 비난했다.

 설마 했던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자 일본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방송들은 긴급 속보체제로 전환했고 일 정부도 25일 새벽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살해된 것으로 전해진 유카와의 부친은 “이게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며 말을 아꼈고, 고토의 모친은 “견디기 힘들다. 가능하다면 내가 대신 인질로 가겠다”고 말했다.

 일 정부는 IS가 당초 72시간 내 몸값 2억 달러(약 2164억원)를 낼 것을 요구했다 이번에 유카와를 살해한 뒤 나머지 인질 고토의 석방 조건으로 ‘알리샤위 석방’을 제시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사지다 알리샤위(45)는 2005년 11월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자폭 테러를 벌여 6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라크 출신 여성 테러리스트다. 당시 알리샤위의 남편 등 3명이 자폭했으나 알리샤위가 몸에 감은 폭탄은 터지지 않아 현장에서 체포됐다. 2006년 요르단 법원에서 교수형 판결을 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IS 여성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상징’이다. 그의 오빠가 ‘알카에다’를 이끌던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의 최측근이었다.

 IS의 인질 석방 조건이 바뀐 것과 관련, 일본 내에선 “애초부터 IS의 목적은 (알리샤위의 석방이며) 돈이 아니었던 게 아니냐”(이타바시 이사오 공공정책조사회 실장)는 분석이 대두된다. “어차피 일본 정부가 수용하지 못할 조건을 내건 뒤 1명을 먼저 살해하고 상대적으로 수월해 보이는 새 조건을 내걸되 시한을 못박지 않은 건 일본과 서방국가 사이의 분란을 꾀하려는 고도의 전술”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 정부는 요르단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활용해 고토 구출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TV아사히는 “요르단 내에선 지난해 12월 IS에 의해 피격돼 억류된 요르단 전투기의 조종사와 알리샤위를 교환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요르단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며 “요르단 국민 감정을 감안할 때 요르단인 조종사를 놔두고 일본인을 위해 알리샤위를 풀어준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요르단 정부 대변인은 NHK에 “일본 정부와 협력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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