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찍으면 뜨는 슈틸리케 법칙, 오늘은 박주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지난 17일 호주전 수비진을 이끈 박주호(왼쪽). 슈틸리케 감독이 꼽은 이라크전 키플레이어다. [브리즈번 AP=뉴시스]
울리 슈틸리케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61·사진) 축구대표팀 감독은 꼼꼼하다. 약속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고, 수시로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메모한다. 사소한 것도 쉽게 결정하지 않고 늘 신중하다. 그런 그가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 냈다. 이른바 ‘슈틸리케의 법칙’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식 인터뷰뿐 아니라 취재진과 가볍게 진행하는 인터뷰 대상자도 쉽게 정하는 법이 없다. 인터뷰에 나서는 선수는 대표팀 점심식사 후 미팅에서 정하는 게 관례다. 대한축구협회 홍보팀 직원들이 취재진의 의견을 듣고 1차적으로 선정하지만 최종 결정은 슈틸리케 감독의 몫이다. 조준헌 홍보팀장은 “보통 주축 선수들 위주로 인터뷰를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다르다. 특정 선수들에게 관심이 집중되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여러 선수에게 인터뷰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냥 ‘돌아가며’ 취재진 앞에 서는 게 아니다. 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정한 선수는 다음 경기의 키플레이어다. 지난 16일 호주와의 조별리그 3차전을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이 자리에 나서는 선수는 밤사이 컨디션에 문제가 없다면 다음날 경기에 나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곽태휘(34·알 힐랄)와 21일 8강전 우즈베키스탄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손흥민(23·레버쿠젠)은 풀타임을 뛰었다.

 인터뷰를 한 선수는 경기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했다. 지난 9일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섰던 기성용(26·스완지시티)은 패스성공률 96%를 기록하며 팀을 리드했다. 쿠웨이트와의 2차전을 이틀 앞둔 11일 인터뷰를 했던 남태희(24·레퀴야)와 12일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차두리(35·서울)는 쿠웨이트전 전반 36분 결승골을 합작했다.

 또 15일 취재진 앞에 선 이정협(24·상주)도 이틀 뒤 호주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전반 33분 결승골을 넣었다.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둔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흥민은 두 골을 혼자 넣고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에게 신기(神氣)가 있는 것 같다”며 놀라워 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지시로 호주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곽태휘는 “감독님이 어떤 의미로 나를 내세웠는지 생각했다. 더 많은 고민을 할 기회였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5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4강전 공식 기자회견에 박주호(28·마인츠)를 데리고 나왔다. 박주호는 아시안컵 네 경기에서 총 341분을 뛴 중앙 미드필더다. 네 경기 내내 주장 기성용과 호흡을 맞추며 안정적으로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4강전 핵심 선수로 박주호를 꼽은 것이다.

 한국은 26일 오후 6시 이라크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이라크는 지난 23일 이란과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올라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호가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 1차 저지선 역할을 수행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수비진은 지난 4경기에서 실점을 하지 않았지만 수비가 전체적으로 불안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아 랭킹 톱4 중 이란·일본·우즈베키스탄이 집으로 돌아갔다”며 “로저 페더러(34·스위스)도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탈락했다. 스포츠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니스 황제’ 페더러는 23일 호주오픈 3회전에서 안드레아스 세피(세계 46위·이탈리아)에 패했다. 박주호도 “사실 이라크가 올라올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올라온 국가가 강하다. 이라크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라크전 응원구호는 ‘호비이락’=대표팀의 아시안컵 4강 이라크전 승리를 기원하는 응원구호로 ‘호비이락(虎飛이라크落), 호랑이 날자 이라크 떨어진다’가 선정됐다. 대한축구협회는 공모를 통해 팬들로부터 응원구호를 받고 있다. 앞서 ‘오만보다 강한 오천만의 함성’(오만전), ‘Don’t wait, Beat Kuwait’(쿠웨이트전·기다리지 마라, 쿠웨이트를 이겨라), ‘Roar over the Socceroos!(호주전·호주 대표팀 별명 사커루를 넘어 포효하라)’ ‘우즈벡은 늪으로, 우리는 4강으로(우즈베키스탄전)’ 등이 뽑혔다.

시드니=김지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