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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오바마의 "북한은 무너질 것"이란 발언에 주목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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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전례 없이 강한 독설을 퍼부었다. 지난 22일 유튜브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지구상에서 똑같이 만들어내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가장 잔혹하고 폭압적인 독재체제”라며 “북한 정권은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이렇게 직설적인 비난이 나온 건 충격적이다.

 2009년 오바마는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과감하고도 직접적인 외교’를 천명했다. 그 결과 미국은 쿠바와 53년 만에 국교정상화에 합의했다. ‘악의 축’ 이란과의 협상도 크게 진전됐다. 반면 6년 전 ‘관계 개선 1순위’로 거론됐던 북한은 ‘없어져 마땅한 최악의 독재국가’로 몰렸다.

 상황이 이렇게 나빠진 책임은 무엇보다 북한에 있다. 북한은 2009년 4월 오바마가 ‘핵 없는 세상’이란 야심 찬 구상을 밝힌 날 새벽 미사일을 쐈고, 다음달 2차 핵실험까지 했다. 2012년 4월엔 인도적 지원을 대가로 미사일·핵실험 유예를 약속한 지 한 달여 만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로 인해 오바마가 ‘전략적 인내’로 포장된 ‘악의적 무시’로 북한을 대해 온 건 잘 알려진 얘기다.

 하지만 지난 연말 미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소니사 해킹마저 북한의 소행으로 지목되면서 오바마의 태도가 달라졌다. 유튜브 발언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계속 거부한다면 남은 2년 동안 인터넷을 통한 정보 확산 등 북한을 괴롭힐 압박책 동원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오바마의 경고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오는 것만이 자신들을 옥죄어 온 고립과 재정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25일 국방위원회 성명에서 남북대화의 교착 책임을 남측에 돌리고 ‘단호한 징벌’ 운운하며 위협한 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정부도 지혜로운 대처가 절실하다. 요즘 정부 당국자들은 “한·미 간에 북한을 놓고 자꾸 엇박자가 난다”는 지적이 나오면 “미국은 남북대화를 강력히 지지한다”며 부인하기 바쁘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간의 금기어였던 ‘붕괴’라는 표현까지 동원한 것은 미국의 남북대화 지지가 조건부임을 시사한 것이나 다름없다. “남북대화는 북한 비핵화 협상에 걸림돌 아닌 촉진제가 돼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는 얽혀 있다. 어느 하나만 앞서가선 어느 쪽도 개선될 수 없음이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수십 번의 북·미대화를 통해 입증됐다. 남북대화가 북·미 관계를 개선시키고 이에 힘입어 다시 남북관계가 도약하는 선순환을 이루지 못하면 좌초되기 십상인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대북 압박을 남북대화의 지렛대로 삼는 한편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끌어내 북·미관계 해빙으로 연결시키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 굳은 의지 속에 창의성을 발휘해 대화의 문을 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