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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새로 생긴 대통령 특보단에 대한 우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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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설된 대통령 특보단이 제대로 기능할지 우려가 적잖다. 특보단의 역할은 두 가지일 것이다. 비서실이나 내각이 다루지 않는 특별임무를 맡거나 국정을 종합적으로 보고 여론을 살피는 ‘눈과 귀’가 되는 것이다. 특히 ‘눈과 귀’는 청와대 내 야당 같은 역할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대통령도 소통을 위해 특보단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임명된 4인의 경력이나 특보단 운용방식을 보면 여러 제약이 예상된다. 안보특보는 사이버 전문가인데, 북한의 사이버 위협 문제는 이미 국가안보실·국방부·국정원이 다루고 있다. 전직 검찰총장인 민정특보는 역시 검찰 고위직 출신인 민정수석과 구분이 모호하다. 홍보특보와 홍보수석, 사회문화특보와 교육문화수석 사이에 어떻게 업무가 구분될지도 의문이다.

 특보단은 비상근 무보수 명예직이라고 한다. 청와대 내 사무실도 없다. 대통령 특보로 기능하려면 명확한 업무와 관련 정보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특보를 대하는 사회의 반응도 달라진다. 수석비서관회의에 특보단을 참석시키는 방안을 시도하는 모양인데, 그 정도로는 불충분하다. 위상도 처지고 업무도 모호하면 이들은 제2의 수석인가, 아니면 0.5 수석인가.

 박 대통령의 중요 문제 중 하나는 주변에 직언하는 인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보단 대부분이 대통령과 ‘서먹서먹한 사이’인데, 이들이 자주 있지도 않을 면담 때 제대로 직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고서를 많이 이용한다면 지금의 소통방식과 무엇이 다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사회의 존경을 받고 식견이 있는 원로·중진을 특보로 임명해 청와대에 상주시켰다. 이들은 수시로 대통령 방을 찾았고 저녁 때 막걸리를 마시면서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했다. 이들은 자문단이어서 수석들과 업무가 겹치지 않았다.

 노무현·이명박 정권의 특보단도 여러 한계를 보였다. 수석·장관을 그만둔 이들을 위한 감투형이 많았고 특보와 수석 간에 영역이 구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특보단도 이런 제약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정권에 부담만 주는 ‘껍데기 특보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