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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보다 할머니 더 좋아하는 아이, 문제 없어 … 퇴근 후 살 맞대고 놀아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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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Q 8개월 전 회사에 출근하면서 아기(당시 생후 6개월)를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엄마만 찾더니 이제는 할머니가 1순위입니다. 엄마와 할머니가 같이 있으면 할머니에게 가려고 하지 엄마에게 오려고 하지 않아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엄마의 사랑이 부족해 정서적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괜히 친정엄마에게 샘도 나면서 아이도 걱정됩니다. 아이와 잘 놀아주는 방법도 알고 싶어요.

A 아이가 할머니를 더 좋아한다고요? 우선 기뻐하셔야겠습니다. 아이가 주양육자(가장 오랜시간 아이와 함께 있는 양육자)를 가장 좋아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한 모습이거든요. 오히려 주양육자보다 퇴근하는 엄마를 유난히 반긴다면 주양육자의 양육 방식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합니다. 아이에게 24개월까지는 애착 형성의 기간입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제1인(주양육자)이 애착의 대상입니다.

배지영 기자

24개월 동안 아이는 주양육자와 “아, 나는 사랑받고 있구나” ”나를 돌봐주는 사람을 믿을 수 있어” “세상은 살 만하구나” 하는 신뢰를 쌓아갑니다. 주양육자와 신뢰를 잘 쌓은 아이(애착을 잘 형성한 아이)는 다른 사람과의 애착 형성도 저절로 잘 이뤄집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죠. 반대로 주양육자와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향후 가족 구성원은 물론 다른 사람과의 신뢰를 쌓는 데도 문제가 생깁니다. 따라서 24개월 이전에 아이가 주양육자만 따르고 이외 다른 가족에게 안기려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하지는 마세요. 오히려 주양육자가 있는데도 아무나 따른다면 주양육자와의 애착관계를 더 기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때 주양육자는 할머니든 도우미 아주머니든 상관없습니다. 참고로 36개월 전후부터 엄마라는 존재의 위치를 확실히 알기 때문에 이때는 엄마가 주양육자가 아니어도 아이는 엄마를 더 따르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퇴근하고 들어온 엄마를 싫어한다면 이유가 있을 겁니다. 우선 집에 와서도 회사 일을 생각하지 않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아이는 엄마가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모습에서도 소외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퇴근 후 일정 시간을 정한 뒤 그 시간만큼 온전히 아이만 생각해야 합니다. 이때 주양육자인 할머니나 도우미 아주머니는 아이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다른 방에 계시는 게 좋습니다.

아이가 놀자고 할 때 즉각 놀아주고, 자고 싶을 때 바로 안아주며, 밥 먹고 싶어할 때 먹을 것을 주는 등 완벽한 맞춤서비스(?)를 제공할 때 아이는 엄마와 노는 것이 즐겁고 신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와 놀아주는 것은 양보다 질입니다.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반응이 늦은 엄마보다 2시간을 같이 있더라도 아이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크게 반응해 주는 엄마를 아이는 더 신뢰합니다.

또 아이는 냄새에 민감합니다. 집에 돌아오면 우선 엄마 체취가 남아 있는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깨끗이 씻은 뒤 놀아줍니다. 아이와의 애착관계를 돕는 가장 좋은 놀이는 살 맞대기입니다. 피부 대 피부로 전달되는 기억이 영아기 시기 뇌를 자극하는 데 가장 효과적입니다. 아이를 안고 구르기나 엄마 배 타넘기 등의 살 맞대기 놀이를 매일 해주세요. 눈을 맞추면서 까꿍놀이 하기 등도 엄마를 좋아하게 만드는 좋은 놀이입니다.

글=배지영 기자
도움말=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훈 교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민섭 교수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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