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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 밤 밝히는 한국 LE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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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덕용 KMW 회장.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시애틀 매리너스는 4월 17일 홈 야간경기 시구자로 한국의 이동통신장비 업체 KMW의 김덕용(58) 회장을 선정했다.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이 주로하는 시구를 김 회장이 맡게 된 것은 세이코필드 구장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해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25일 KMW에 따르면 매리너스는 세이코필드에 설치한 578대의 메탈할라이드 조명을 KMW의 기가테라 LED 조명으로 전면 교체했다. 이는 MLB 전용구장이 조명을 LED로 교체하는 첫 사례다.

 매리너스는 23일(현지시간) 팬페스티벌을 열어 조명 점등식을 했다. 행사에 참석한 케빈 매더 운영최고책임자(COO)는 “이번 조명교체로 70% 에너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며 “조명의 밝기도 15% 정도 향상돼 선수들이 개선된 환경에서 경기를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세이코필드 구장의 조명 교체 사업은 필립스·오스람·제네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기업과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했다. MLB 최초로 LED 조명을 바꾸는 상징성이 큰 만큼, 이 사업을 따내면 1조원 규모의 미국 스포츠 경기장 조명교체 시장에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올해 슈퍼볼 개최구장인 유니버시티 오브 피닉스 스타디움, LA 스테이플스센터 등이 조명을 교체한 바 있다.

 팽팽했던 수주전에서 KMW의 손을 들어준 것은 방송중계팀이었다. 이들은 방송카메라로 색표현력·조도·화면떨림·눈부심 등을 직접 비교한 뒤 KMW를 최종 사업자로 낙점했다. 김 회장은 “좁은 국내 스포츠 조명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대기업이 하지 못한 일을 중소기업이 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KMW는 이에 앞서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뮌헨 글라트바흐도의 홈구장, 태국 방콕 인근의 ‘판야인드라 골프장’의 조명을 교체하기도 했다.

 1991년 설립한 KMW는 그간 통신장비의 ‘외길’을 걸어왔다. 기지국에 들어오는 통신신호를 휴대전화용으로 전환해주는 장비 등을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에 공급했다. 그러나 회사를 키우는데 한계를 느낀 김 회장은 새 사업에 대해 고민하다 2010년부터 스포츠 조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통신장비와 LED 조명의 제조 공정이 80%가량 겹치는데다, 스포츠 조명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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